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술이전 계약을 설명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술이전 계약을 설명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항체에만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뇌혈관장벽(BBB) 셔틀 기술을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를 포함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작은 간섭 리보핵산(siRNA) 등 다양한 모달리티에 확장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계약의 핵심입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의 계약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7일 GSK와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 1480억원을 포함한 최대 4조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공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질환 치료제의 핵심 기술인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을 GSK에 기술이전하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GSK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게 된다.

BBB 셔틀은 약물이 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입장권'이다. 빽빽하게 뇌세포를 둘러싼 뇌혈관은 뇌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약물을 개발할 때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랩바디-B와 같은 BBB 셔틀은 특정 수용체에 결합한 뒤 약물이 뇌혈관을 통과해 뇌세포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BBB 셔틀을 활용한 이중항체 치료제를 개발해 왔다. 성과도 있었다. 2022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최대 1조3000억원 규모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기술수출했다. 이 또한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개발한 약물이다. GSK와의 계약으로 BBB 셔틀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항체가 아닌 다른 모달리티로 크게 넓힐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다. 그는 "GSK는 아이오니스, 웨이브 등의 바이오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그랩바디-B를 적용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의 주요 표적인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에 대해서는 독점권을 GSK에 내주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표가 추가 기술이전을 노릴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독점권에 대한 요청이 GSK를 비롯한 여러 회사에서 있었다"며 "에이비엘바이오에서 자체 진행 중인 타우 표적 약물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논의를 하자는 선에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랩바디-B 플랫폼에 대해서는 추가 기술이전은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와 GSK 등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을 통해 신뢰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향후 기대되는 추가적인 계약의 경우 물질이전계약(MTA)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에는 MTA를 맺고 플랫폼의 기술력을 증명하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자체를 이전했기 때문에 향후 모든 개발은 GSK가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이 대표는 "플랫폼 기술이전이기 때문에 에이비엘은 그랩바디-B 노하우를 GSK에 전달하고, 전임상, 임상, 생산, 상업화는 모두 GSK가 자체 자금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대표는 "사노피 기술이전 계약 등을 통해 단시간에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GSK와 이미 임상시험계획(IND)까지 타임라인을 공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이전하거나 자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 1일 임상 결과를 중간 공개한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의 경우 긍정적인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평가의 기준이 되는 폴폭스의 경우 객관적반응률(ORR)이 5% 수준인데 반해 토베시미그는 17.1%를 기록했다"며 "미충족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상을 주도한 컴퍼스 테라퓨틱스는 2분기부터 허가 절차를 위한 논의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영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