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한 명이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수백, 수천명입니다. 대통령 후보 곁을 밀착 보좌하고 유권자 표심 공략 전략을 짜는 참모부터 각 분야 정책을 발굴해 공약으로 가다듬는 전문가까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를 돕는 인사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시리즈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재명의 사람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이한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원장(사진)은 이재명 전 대표의 40년지기 멘토다. 이 전 대표가 경기도 성남 인권 변호사 시절은 물론 성남시장·경기지사 등 정치 성장 과정에서 늘 함께 한 핵심 측근이다. 이 원장은 사석에서도 이 전 대표와의 인연을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이 원장은 이 전 대표의 간판 정책인 기본소득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표가 사법고시 준비생이던 지난 1986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원장이 경기도 성남 성남주민교회 등을 통해 지역 시민사회운동 일을 시작할 무렵이다. 당시 이 원장은 가천대(옛 경원대) 경제학과 초임 교수였다.

둘은 경기도 성남 성남주민교회 이해학 목사(이인영 민주당 의원 장인) 주변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당시 이 목사가 성남 지역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을 도왔는데, 이 목사 주변에 있던 이 전 대표와 이 원장이 자연스레 교류하게 됐다. “이 목사님과 함께 활동하다 보니 이재명이라는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이 원장 2021년 <신동아> 인터뷰) 이후 둘은 시민사회 운동에 함께 몸담았고,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내는 과정에서 완벽한 정치적 동지가 됐다.

이 전 대표는 정치인 변신 이후에도 이 원장에게 수시로 정책 조언을 받았다. 이 전 대표 성남시장 시절 대표 정책인 ‘3대 무상복지(무상교복·청년배당·산후조리원)’이 이 원장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원장은 최근 저서 <잘사니즘>(공저. 다반)에서 “기본소득을 현실에 도입한 건 성남에서 청년기본소득을 설계한 것이 시초”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가 되자 도(道)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 원장이 됐다.

막후에서 이 전 대표와 함께 하던 이 원장이 중앙 정치무대 전면에 등장한 건 비교적 최근인 2024년 4월이다. 이 때는 이 전 대표가 이끈 민주당이 22대 ‘4·10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다. 이 전 대표는 당직 개편을 통해 이 원장을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에 전격 임명했다. 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 색채를 강화하는 쪽으로 당직 인사들이 대폭 개편되던 때다. 물밑에서 당에 전해지던 이 원장의 목소리가 주요 당직을 통해 공식적으로 당의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의 차기 대권(2026년)을 위한 밑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이 원장이 ‘이재명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책실장에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을 맡은 이후 당 정책위원회와 정책 소통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없다시피 했다”며 “어떤 형태로은 이 원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이 전 대표의 간판 정책인 ‘기본사회’를 “국민의 모든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회”로 정의한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국민의 모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함으로써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고 실질적 자유를 달성하는 사회”라고 본다. 기본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가치를 ‘공정’으로 보는데, 이는 이 전 대표가 세 차례의 대선 과정에서 강조한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정을 7번, 불공정을 6번 언급했다.

이 전 대표가 최근 21대 대선 출마 선언에서 강조한 ‘국가주도성장론’도 이 원장의 지론과 일치한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며 “첨단산업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초거대 기술력과 자본력이 필요한데, 이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지원의 덕을 본 기업의 이익을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경기연구원장이던 지난 2021년 진보 경제학자인 고(故) 변형윤 서울대 교수를 따르는 ‘학현학파’ 연구단체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현재와 같은 시장 경제상황에서 기업에만 역할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지역화폐론자’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지역화폐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가 경기연구원장이던 2020년 소속 연구원들과 함께 펴낸 <뉴 머니, 지역화폐가 온다>(다할미디어)에 지역화폐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경우 지역화폐 관련 예산과 각종 확장 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역화폐의 핵심은 지역 내에서 창출된 이익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역내에서 소비되도록 해 지역 소비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지역 소비 활성화를 통해 역내 경기가 선순환하도록 하는 게 지역화폐의 궁극적 목적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2021년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경기연구원의 주장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자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서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 원장
△1956년 서울 △서울대 생물학과 동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前 가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前 경기연구원 원장(이재명 도정) △이재명 대선 경선캠프 정책위원장

한재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