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만체 무브먼트 공동창립자(사진=무브먼트 랩스)
루시 만체 무브먼트 공동창립자(사진=무브먼트 랩스)
미국 트럼프 가문과 관련성이 있다는 루머에 힘입어 한때 글로벌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던 블록체인 프로젝트 '무브먼트(Movement)'가 연이은 악재에 크게 휘청이고 있다.

무브먼트 토큰(MOVE)의 시장 조성을 담당했던 마켓메이커(Market Maker⋅시장조성자)가 위법 행위로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퇴출된 데 이어 최근 루시 만체(Rushi Manche) 무브먼트 공동 창립자까지 잠적설에 휘말리면서 프로젝트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바이낸스가 무브먼트의 마켓메이커를 퇴출하며 시작됐다. 바이낸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무브먼트 토큰 'MOVE' 상장 직후 특정 마켓메이커가 약 6600만개의 MOVE를 대량 매도해 총 3800만달러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마켓메이커를 퇴출하고 수익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 마켓메이커는 과거에도 위법 행위로 제재를 받은 타사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브먼트는 즉각 사태 진화에 나섰다. 총 3800만달러 규모의 바이백(자사 토큰 매입)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5일 외부 감사인을 선임해 독립적인 조사에도 착수했다. 무브먼트 측은 "이상 거래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외부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섣부른 추측은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착수 직후 만체 공동 창립자가 공식 행사와 내부 채널에서 모습을 감추면서 시장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블록웍스에 따르면 만체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무브먼트 전사 회의(Onsite)에 불참했고 사내 메신저 계정도 비활성화된 상태였다. 이후 만체는 "여전히 무브먼트에 소속돼 있으며 계정도 활성화한 상태"라고 해명했지만, 쿠퍼 스캔론(Cooper Scanlon) 무브먼트 공동 창립자가 전사 회의를 통해 만체의 임시 휴직을 공식 발표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MOVE는 올해 초 트럼프 가문이 후원하는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젝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에서 200만 달러 상당의 MOVE 토큰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수혜 코인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후 외신에서 MOVE가 트럼프 행정부 산하 정부 효율성 부서(D.O.G.E)에 기술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토큰 가격이 급등, 1달러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4월인 현재까지도 WLFI나 D.O.G.E에서 MOVE와 관련된 어떠한 공식적인 파트너십이나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의 소식이 나오지 않으며 투자자들의 의문은 커지고 있다. 무브먼트는 지난달 백악관이 주요 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열린 가상자산 서밋(Crypto Summit)에서도 초청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그사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MOVE의 가격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25일 바이낸스 테더(USDT) 마켓 기준 0.6529달러를 기록했던 MOVE는 18일 현재 0.2달러 초반대까지 하락해, 약 62%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했다. 최고가(1.41달러) 대비로는 약 83% 폭락한 수치다.

한편 블루밍비트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무브먼트 랩스 측에 공식 입장 표명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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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