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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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플랫폼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들이 소속된 웹툰노동조합에서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다.

하지만 카카오엔터는 교섭 요구를 거부해 웹툰노조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회사 측은 웹툰 작가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안은 노동위원회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웹툰노조 "웹툰 작가도 근로자"…단체교섭 요구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웹툰노조는 최근 카카오엔터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간 교섭 요구 시기를 조율하다 카카오엔터 매각설이 흘러나오자 작가 권리 보호를 내걸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웹툰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것은 지난 11일. 웹툰노조는 나흘 뒤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엔터의 매각을 고려한 적 없다. 와전된 것일 뿐’이라는 카카오 측 입장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받아들인다"며 "이번 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이미 시기를 조율 중이던 교섭이 급물살을 타고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웹툰노조가 매각설에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저작권 때문이다. 회사가 매각될 경우 작품 귀속권, 계약조건, 정산 방식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창작자인 작가들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교섭을 통해 과거 웹툰업계에서 뜻을 모은 상생협약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웹툰 플랫폼·제작사, 창작자, 법조계, 학계,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웹툰상생협의체는 2022년 '웹툰 생태계 상생 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웹툰 플랫폼과 작가 간 공정계약, 매출 정보 공개, 수익 배분 규정 명료화, 저작권 보호, 불법유통 근절, 창작자 복지 증진, 표준계약서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웹툰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묶어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 교섭 거부…노동위서 판가름 전망

하지만 카카오엔터는 교섭 요구 엿새 만인 지난 17일 웹툰노조에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회사는 법률 검토를 거쳐 웹툰 작가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웹툰상생협의체에서 합의한 상생협약 내용도 이미 이행했다는 점도 거부 이유로 들었다. 카카오엔터는 웹툰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협의체를 통해 합의한 창작환경 개선안을 이미 이행한 상황"이라며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안내드린다"고 밝혔다.

갈등이 예고되는 대목. 웹툰노조는 카카오엔터의 교섭 거부를 '단체교섭 거부·해태'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관할 노동위가 웹툰 작가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게 된다.

웹툰노조가 자신감을 갖는 배경엔 '직계약 작가'들이 있다. 제작사 소속 작가들이 다수지만 카카오엔터와 직계약을 맺은 작가들도 조합원으로 둔 만큼 근로자성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간 대리운전 기사, 방송연기자, 배달라이더 등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았고 실제 플랫폼 업계 내 교섭 사례도 적지 않아 단체교섭을 관철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 교섭 땐 네이버웹툰 등 확산 가능성도

플랫폼 입장에선 '노무 리스크'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노조 측이 과도한 요구나 실력 행사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걱정이 주를 이룬다.

웹툰노조 주장은 기존 산업현장에서 제기된 원·하청 교섭 요구와도 유사하다. 웹툰노조는 직계약 작가들을 조합원으로 뒀지만 다수가 제작사 소속 작가들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웹툰노조의 교섭 요구는 제품(웹툰)을 납품받는 원청(플랫폼)에 하청(제작사)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는 구조로 비춰질 수 있다. 원청이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지는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카카오엔터 사례를 통해 웹툰 작가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네이버웹툰 등 다른 플랫폼으로도 분쟁이 확산할 수 있다.

인사·노무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종사자들을 둘러싼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다투는 분쟁이 여러 직종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 보인다"며 "플랫폼 산업은 노무 제공 방식과 업무 특성이 공통된 면이 많아서 언제든 이런 분쟁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노동법상 문제될 부분은 없는지, 노조 설립이나 교섭 요구 등의 이슈가 발생할 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