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매서운 글로벌 관세 폭풍이 잠시 수그러들면서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86배 수준으로 내려앉은 만큼 호실적 예상 종목을 선매수할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실적 추정치 높아진 반도체주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이후 지난 16일까지 주가가 10% 이상 빠졌지만 1분기 혹은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가 1개월 전 대비 3% 이상 증가한 주요 업종은 반도체와 2차전지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의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6조5590억원, 7조8892억원이었다. 1개월 전 대비 각각 1.7%, 4.3% 올랐다. 3월 이후 이달 16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12.65% 빠졌다. 미국이 반도체 업종에 25%의 품목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엄포를 놓아 주가가 눌렸다.

최근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매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D램 등 범용 메모리 업황도 기지개를 켜고 있어서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가 1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며 올해 분기별 D램 평균 영업이익률이 52%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마트폰과 PC 업체가 반도체 재고를 거의 소진하면서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한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며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도 올라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조6437억원으로, 1개월 전 대비 5.9% 높아졌다.

반도체 공정에 원자 현미경을 납품하는 파크시스템스 주가도 같은 기간 12.75% 빠졌지만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154억원)는 1개월 전 대비 10.4% 늘었다. 기존 장비의 해상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해 원자 현미경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 반도체 전공정에도 장비를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 통신 장비 등에 적용되는 고다층 인쇄회로기판(MLB)이 주력 제품인 이수페타시스의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개월 전 대비 각각 4.8%, 2.8% 높아졌다. 반면 지난달 이후 주가는 23.93% 급락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의 주요 생산 거점이 대부분 중국인 만큼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낙폭과대 2차전지 실적도 반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공개된 후 급락한 2차전지 업종의 실적 추정치도 나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이후 주가가 15.33% 하락한 양극재기업 포스코퓨처엠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3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373.8% 급증했다. 2분기 컨센서스도 6.7% 상향됐다. 에코프로비엠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같은 기간 97.9% 증가했다. 지난달 이후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27.31% 하락했다.

올 들어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2월 독일과 영국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7%, 31% 증가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유럽 판매 비중은 60% 내외다. 최근 JP모간도 국내 2차전지 업종의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했다. 다만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약진하면서 국내 2차전지업계가 누릴 낙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이오 업종의 품목관세 우려로 주가가 급락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 컨센서스도 오르고 있다.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1개월 전보다 11.9%, 2분기는 5.9% 높아졌다. 신지훈 LS증권 연구원은 “5공장이 이달 가동하기 시작하면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