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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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이 이달 들어 급락하자 이를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ETN은 이달에만 4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 비수기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키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천연가스 발목을 잡은 여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부터 천연가스 가격이 저점을 다지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전체 ETN 중 수익률 상위 10위권 중 8개가 천연가스 인버스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천연가스 가격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수익률 45.35%를 기록한 '하나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H)'를 필두로 '메리츠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H)' '한투 블룸버그 인버스2X 천연가스 선물' 등이 29.06~44.19% 급등했다.

반면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ETN은 크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41.39% 급락한 '대신 S&P 2X 천연가스 선물 B'를 비롯해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C'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등 총 12개 상품이 일제히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였다.

천연가스 가격은 올 1~2월 역대급 한파에 난방 수요가 늘면서 치솟았지만 지난달 초 고점을 형성한 후 연일 하락세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5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7일(현지시간) 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3.245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만 20.93% 하락했다. 지난달 10일 기록한 고점 4.491달러와 비교하면 27.74% 급락한 수준이다.

통상 천연가스 가격은 3월부터 온화한 날씨에 수요가 줄면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엔 평년 재고 대비 낙폭이 과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반등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중국과의 관세 전쟁이 심화하면서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5%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입 중단 우려가 부각되면서 재차 가격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천연가스 가격이 이달 계절성을 반영해 저점을 다지고 재차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유럽이 향후 1년간 러시아산 LNG 수입량을 줄이겠다고 결의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지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럽의 낮은 천연가스 재고로 미국산 LNG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홍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천연가스 가격은 4월 가격 저점을 기록한 후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물론 '포워드 커브'(선도 금리 곡선)가 계절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 대비 수익률은 저하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2분기는 천연가스 투자에 매력적인 시기"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ETN을 활용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원자재에 투자할 때는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음의 복리 효과'가 지속되면 손실을 더욱 크게 볼 수 있는 탓이다. 예를 들어 지수가 100에서 10% 하락하고 다음날 10% 올라도 100으로 회복되지 않고 99를 기록한다. 손실 이후 원금 회복을 위해선 하락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ETN 기초자산들은 등락을 반복하다 보니 하락 이후 상승해도 복리 효과 때문에 회복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장기투자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원자재 ETN도 실시간 지표가치(IIV)가 계산되는 만큼 괴리율이 높은 것보다 낮은 것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