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신실이 20일 경남 김해 가야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3라운드 2번홀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방신실이 20일 경남 김해 가야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3라운드 2번홀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20일 경남 김해 가야CC(파72) 17번홀(파3). 방신실(21)의 티샷이 핀 4.5m 거리에 붙었다.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뒤 스트로크한 공이 그대로 홀 속으로 사라지자 방신실은 안도한 듯 옅은 미소를 띠었다. 역대급 우승 경쟁이 펼쳐진 이날 방신실이 우승을 향해 한발 앞서간 순간이다.

이어진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세컨드샷을 핀 3m 거리에 정확히 붙여 연속 버디를 잡은 방신실은 한때 9명의 선수가 공동 1위에 오를 만큼 우승 경쟁이 치열했던 ‘가야 대전’에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년6개월 만에 기록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퍼팅감 끌어올려 우승까지

방신실은 이날 열린 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쳐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적어낸 방신실은 단독 2위 마다솜(12언더파 204타)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상금 1억6200만원을 더한 방신실은 단숨에 상금랭킹 1위(2억8291만원), 대상 포인트 1위(120점)에 오르며 올 시즌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앞서 나갔다.

방신실에게 지난 시즌은 아쉬움으로 요약된다. 톱10에 아홉 차례 이름을 올릴 정도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상금랭킹 톱10(10위)에도 들었으나 준우승만 세 번 했을 뿐 가장 중요한 우승이 없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도 “우승 기회를 잡지 못한 경우가 많아 100점 만점에 70점인 시즌”이라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우승이 간절하던 방신실은 지난겨울 더 독하게 전지훈련에 임했다. 약 두 달간 뉴질랜드에서 훈련한 그는 특히 약점으로 꼽히던 퍼트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피나는 노력은 고스란히 결과로 드러났다. 지난해 65위(30.35개)를 기록한 평균 퍼팅 순위를 올 시즌 초반 19위(29개)로 끌어올릴 만큼 퍼팅이 좋아졌고, 그 결과 지난주 iM금융오픈 준우승을 포함해 최근 2개 대회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2타 차 공동 5위로 출발한 방신실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퍼팅이다. 후반 14번홀(파4)에서 8m 남짓 거리의 버디퍼트를 떨어뜨리는 등 어떤 거리에서도 정확한 퍼팅감을 뽐냈다. 세컨드샷이 부정확한 때에도 완벽에 가까운 거리감을 통해 파를 지켜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마지막 2개 홀에서도 정확한 퍼팅으로 우승에 쐐기를 박은 방신실은 “후반까지 퍼팅감이 좋았던 게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지난주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이 컸는데, 1주일 만에 우승해서 털어냈다”며 웃었다.

◇삼천리 골프단, 3명 우승 경쟁

삼천리는 올 시즌 메디힐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골프단이다. 지난해 5승을 합작해 한국토지신탁(6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거뒀는데, 올 시즌에도 개막전부터 박보겸의 우승으로 골프단 경쟁에서 치고 나갔다.

이번 대회에서도 삼천리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마다솜, 유현조, 고지우 등 삼천리 소속 선수 3명이나 우승 경쟁을 펼치면서다. 방신실의 막판 저력에 시즌 두 번째 우승에는 실패했으나 마다솜이 단독 2위, 유현조가 공동 3위(11언더파), 고지우가 공동 6위(10언더파)에 오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주 데뷔 4년 차에 생애 첫 승을 올린 김민주는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으나 이날 3타밖에 줄이지 못해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3승으로 공동 다승왕과 함께 상금·대상 포인트에서 2위를 기록한 박현경은 공동 9위(9언더파)로 올 시즌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서재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