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가진 걸 빼앗아 가는 건 ‘국가 주도 성장’이 아니라 전체주의죠. 기업 대신 궂은일을 도맡는 경제 사령탑이 되겠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전 국민의힘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전쟁에 대비한 ‘워 룸(war room)’을 만들어 통상 위기 등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가 외적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고, 민간 규제는 풀어 기업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또 “근로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중산층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며 “계엄 이후 양극단으로 찢어진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하는 중산층’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보수는 성장, 진보는 복지에만 치중하다 보니 중산층은 소외돼 있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중산층이 더 확대돼야 한다. 근로소득세 완화를 공약으로 건 것도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려는 취지다.”

▷인공지능(AI)에 2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산업혁명으로 인간이 ‘체력’ 문제를 극복했다면 AI 혁명은 ‘지력’의 한계를 극복할 계기다. 3~5년 내에 글로벌 경쟁도 승부가 날 것이다. 국가 주도로 인재 육성과 연구개발(R&D) 등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는 국가 주도 성장을 말하지 않나.

“이 후보의 구상 중 상당 부분은 기업이 가진 것을 빼앗아 나눠주자는 식이다. 과거엔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하지 않았나. 그건 국가 주도 성장이 아니라 전체주의다. 기업이 하기 어려운 ‘더티 워크’(더러운 일)를 정부가 대신 도맡아야 한다. 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하나.”

▷‘경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그런 구상의 연장선인가.

“한·미 동맹은 매우 중요하지만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미국에 전략적 레버리지를 갖추는 차원에서 일본, 대만, 호주 등 우방 국가와 일종의 ‘경제 블록’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야 부당한 경제적 행위가 있을 때 대응할 힘이 생긴다.”

▷미국은 가상자산도 전략자산화하는데.

“미국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 중이다. 우리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 청년층의 자산 증식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정책이다.”

▷청년이 주택 구매 시 담보인정비율(LTV)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부동산시장에서 청년과 기성세대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감당할 소득이 되는데도 대출을 막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검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윤석열 시즌2’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검사적 리더십은 통상 상명하복, 줄세우기 문화를 말하는데, 나는 반대 아니었나. 대통령에게 가장 앞장서 바른말을 했고, 총선 공천 때도 내 사람을 심지 않았다. 앞으로도 공공선을 기준으로 정치하지, 검사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토론에서 외모 공격 등의 발언도 나왔는데.

“국민은 보수에게 품격을 기대할 텐데, 정치를 오래했다고 품격이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른 정치를 보여주겠다.”

▷보수가 한동훈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계엄으로 인한 선거다. 계엄을 옹호하지 않았다고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동훈의 대한민국’은.

“중산층이 성장하는, 그리고 각각의 시민이 ‘아주 보통의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정소람/양현주/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