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을 연일 비판하면서 '셀 아메리카' 흐름이 다시 거세졌습니다. Fed 독립성에 대한 걱정으로 채권 금리가 다시 급등하며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이 다시 4.9%를 넘었고요. 달러는 3년 내 최저로 떨어지고, 금은 촤고가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무역협상 진전이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가 거의 아무런 반등 시도도 없이 급락한 배경입니다.

1. 이어지는 미국 자산 매도


21일 새벽부터 금리가 오르고, 달러는 하락하고, 그리고 주가지수 선물은 떨어졌습니다. 개도국 금융시장 같은 이례적 상황이 '기축통화국' 미국에서 이어진 것인데요. 관세 문제로 인한 자금 이탈도 있겠지만, 지난주 후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에 나설 가능성이 새로운 불안을 자아내는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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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지난주 목요일 "파월 의장 해임이 이보다 더 시급할 수는 없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띄우면서 이 문제가 본격화됐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지난 몇 개월간 파월 해임을 비밀리에 논의해왔지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막대한 비용에 비해 별다른 이점이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라고 전해 어느 정도 투자자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언론인터뷰에 나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기자들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파월 해임 문제에 대해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불안이 주말 내내 이어졌습니다.
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1.4% 하락세로 출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없이 10분 뒤인 9시 40분께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는데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가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한 경제 성장은 둔화할 수 있다. 유럽은 이미 일곱 번이나 금리를 내렸다. 파월은 항상 '늦게' 금리를 인하했지만, 대선 앞두고 민주당을 돕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을 때는 예외였다"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끝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Fed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는지 법적 여부를 떠나서 해임을 강행한다면 금융시장에선 어떤 움직임이 나타날까요.

에릭 로즌그린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자산을 제3세계 자산처럼 거래되게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Fed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국 자산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RSM은 "지난 몇 주 동안의 관세 충격으로 인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다각화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강제로) 기준금리를 내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면 그런 움직임은 더 심화할 뿐이다. 자본은 유로, 엔, 프랑으로 흘러가고 미국의 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런 자본 유출은 연방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기업의 자본지출 및 인건비 부담을 가중할 것이다. 또 가계가 주택, 자동차를 사거나 신용카드를 쓸 때 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전략가는 "파월 의장을 축출하려는 시도의 아이러니는 외국인 투자자가 달러 자산에서 이탈하도록 해 장기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튀르키예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프랑스의 에릭 롬바르 재무장관은 "트럼프는 공격적 관세 조치로 달러의 신뢰도를 손상했다. 파월이 밀려난다면 달러의 신뢰도는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 결과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상환 비용이 더 커지고 국가 경제가 심각하게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는 기본적으로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경기 침체가 닥치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합니다.

SGH매크로의 팀 듀이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타격의 책임을 Fed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 '내 계획은 완벽했는데, 파월만 방해하지 않았다면 말이지'라는 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여전히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 하지 않고, 대신 관세로 인한 경기 침체 책임을 파월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자멸적 행위가 될 것이다. Fed 독립성에 대한 걱정을 만드는 건 인플레 기대를 상승시켜 Fed가 금리를 내리기 더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버코어는 "파월을 해고하려는 실제 시도가 발생한다면 장기 국채 수익률은 가파른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인해 급등하고, 달러는 폭락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경기 침체 가능성을 확실히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르네상스매크로는 "파월을 해임하면 채권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장기 금리가 급등할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다"라고 관측했습니다.

2. 무역협상 진전도 없다?


그렇다고 무역협상이 잘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호관세 90일 유예는 이미 79일밖에 남지 않았고요. 단 한 건의 타결도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국이 협상하고 있는 '빅 15' 가운데 가장 쉬운 상대로 고른 일본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미국의 모든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모든 것을 양보한다면 "국익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농민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옹호하면서 관세 인하만을 위해 서둘러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일 협상에 대해 소식통을 인용해 "당장은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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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의 '중국 경제 고립' 요구에 협력하는 모든 국가에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어떤 국가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로 (미국과의) 거래를 달성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만약 그런 상황이 나타나면 중국은 비스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70여 개국에 중국과의 관계를 제한하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는 보도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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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지난주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고 밝혔었죠. 셰인바움 대통령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상무부와 경제 장관, 대통령 차원에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멕시코 경제부는 자동차 부품 관세가 발효될 예정인 5월 3일 이전에 진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압적이고 까다로운 태도를 보입니다. 그는 주말 사이 "금(돈, 권력)을 가진 사람이 협상의 룰을 정한다" "관세를 비판하는 기업가들은 사업을 못 할 뿐만 아니라, 정치도 정말 이해 못 한다"라는 메시지를 날렸고요. 비관세장벽 사기에는 ▲통화조작 ▲부가가치세 ▲덤핑 ▲보조금 등 8가지가 있다는 메시지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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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매니지먼트에 따르면 미국은 과거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맺을 때 협상에서 서명까지 평균 18개월이 걸렸습니다. 실제 발효에 들어가는 건 45개월이 소요됐고요. 아폴로는 "무역협상은 수입품목을 하나하나 검토한 후 각 제품 범주(티셔츠, 연필, 자동차, 의약품, 서비스 등)에 대한 관세를 협상하는 과정이다. 또 비관세장벽, 세금 차이, 원산지 규정, 지식재산권, 노동 기준, 환경 기준, 반덤핑, 분쟁 해결, 디지털 무역 및 전자상거래, 정부 조달, 그리고 때로는 안보 및 방위 문제 등에 대한 논의도 포함된다. 복잡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시장이 90개국과 동시에 진행하는 협상을 기다리는 동안, 세계 무역은 팬데믹 때와 유사한 문제들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몇 주 안에 미국 매장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등 공급망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관세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2025년 경기 침체 가능성은 90%에 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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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센트 재무장관도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15개의 주요 교역국이 있다. 중국을 제쳐두면 14개다.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90일 안에 완전한 문서, 법적 문서가 완성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작다"라면서 유예 기간에 프레임워크는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3. 30년물 다시 4.9% 폭등


아폴로의 주장처럼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는 식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자본시장에서 자금 이탈 움직임도 커지고 있고요.

채권 금리 폭등세는 종일 이어졌습니다. 오후 3시 47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8.6bp 오른 4.413% 올랐고요. 30년물은 10.7bp나 폭등한 4.916%를 기록했습니다. 2년물은 0.4bp 내린 3.756%에 거래됐습니다. 중장기물 국채금리가 치솟으며 국채 수익률 곡선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졌는데요.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격차는 66bp까지 확대됐습니다. 60bp를 넘어선 것은 2022년 2월 이후 처음입니다. 3F리서치의 워렌 피스 설립자는 "국채 2년/10년물 수익률 곡선이 이번 경기 사이클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미국 국채일수록 더 큰 위험 프리미엄(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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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너무 뛰다 보니 오늘 투자 등급 기업 3곳이 회사채 매각을 검토했지만, 2곳은 포기했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만 매각했습니다.미 재무부는 내일 2년물 690억 달러, 수요일 5년물 700억 달러, 목요일 7년물 440억 달러를 매각하는데요. 관세 혼란과 파월 해임 불안 속에 투자자, 특히 해외 수요가 얼마나 될지 월가는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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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수입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고, 정부효율부(DOGE) 활동의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도 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관세로 큰돈을 벌고 있다. 관세 수입이 하루 20억 달러"라고 했는데요. AP에 따르면 3월 관세 수입은 한 달 동안 81억 6800만 달러가 징수됐습니다. 하루 2억6348만 달러입니다. 그런데도 미 공화당은 10년간 최대 5조 달러까지 재정 적자를 늘릴 수는 감세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탈날리지는 "수익률 상승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트럼프의 Fed에 대한 공격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재정 정책도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의회의 감세가 부채/적자의 경로를 폭발시킬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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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 상승과 함께 달러 내림세도 지속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1.1% 내린 98.29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97.9까지 떨어지기도 했는데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 리서치 헤드는 "달러 약세가 더 지속할까 우려된다"라고 밝혔는데요. 관세로 인한 미국의 성장 둔화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를 피하는 한 가지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더 펀더멘털한 요인으로 "트럼프가 2차 대전 이후 국제 무역/금융 질서를 해체하는 것"을 지적했는데요. 그동안 외국 투자자는 그런 체제 속에서 미 국채 및 달러의 매수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라벨로스는 작년 말 기준 해외 투자자들은 약 18조 달러 상당의 미국 주식, 7조 달러 상당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지속한다면 엄청난 달러 약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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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탄트데이터의 얀스 노르빅 설립자는 "국경 간 자금 흐름을 분석해보면 미국 자산에서의 해외 자금 이탈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아마도 역사적인 움직임의 2회 초쯤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이게 전술적 움직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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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4월 글로벌 투자관리자 설문조사를 보면 투자자들은 지난 두 달 동안 미국 주식 보유량을 사상 최대 규모로 줄였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국영 펀드는 미국 사모펀드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WSJ 인터뷰에서 "무역은 끊을 수 있지만 자본 흐름은 끊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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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리는 바뀔 수 있습니다. 미 국채 그리고 달러에 대한 투자 대안은 사실상 없습니다.

벤다리서치의 비라이 파텔 전략가는 "'달러가 폭락하고 있다'라는 주장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러의 실질 실효 환율은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 폭락' 수준이라면 아직 20~30% 정도 더 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라이베리에이트리서치의 애덤 파커 설립자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최고투자책임자(CIO) 초정 만찬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유지될 것'이란 우리 입장은 소수였다. 하지만 이것이 예외주의의 끝은 아니다. 미국 자산 하락은 그동안 계속 올라서 더 비싸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부진한 성과를 보이지만 이것이 새로운 장기 추세 시작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의 부진한 성과는 채 1년도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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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떨어진 대신 금값이 치솟았고요. 금은 온스당 3400달러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중국은 지난 3월 금 보유량을 5t 늘리면서 5개월 연속 매수를 기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금값은 3분기까지 온스당 35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에 이어 금 ETF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실물 매수가 이어지고 있고, 인플레이션 등 거시적 요인, 무역과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금에 대한 안전 자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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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2% 넘게 올라 8만7000달러 선을 회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하락 폭의 대부분을 복구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기관 투자자들의 디레버리징은 그동안 비트코인에 대한 역풍이었다. 그런데 부채 해소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그것이 약해지면 비트코인이 금을 따라잡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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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가 박스권...낮아지는 박스권 범위


무역전쟁 우려에 따른 경기 둔화에다 파월 의장 해임 걱정이 겹쳐지고, 채권 금리 상승세와 달러 약세 등으로 자금 이탈설이 나오다 보니 뉴욕 증시 분위기는 크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입장이 바뀌기 전에는 박스권에서 맴돌 것이란 관측이 다수입니다. 관세 위협이 경기를 둔화시키고 있지만, 아직 경기 침체가 발생할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경기 침체 확률을 45%로 애매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JP모건 트레이딩데스크는 "여전히 전술적으로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S&P500 지수(SPX)의 범위를 5200~5700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이 범위는 더 낮아질 것이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이 심각하게 훼손된 데 따른 충격이 시장에 반영됨에 따라 5000~5500 수준이 더 적절할 수 있다. 투자자 포지셔닝 측면에서 숏커버링 등 단기 반등 가능성이 있고, 예상보다 좋은 실적 발표나 관세 관련 부정적 뉴스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반등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완전한 무역 합의 소식이 나올 때까지 시장은 점차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의 전 리서치 헤드는 "얼마 전까지 저점을 4800으로 봤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가 누적되고 있고 이런 무역전쟁에서 쉽게 벗어날 방법이 없으므로 그 수준은 더 낮아졌다. 중국은 버티고 있고,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본과의 협상도 금세 이기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침체 위험이 구체적 지표를 통해 확인되거나 해소될 때까지는 시장이 5000~5500에서 움직일 것으로 제시합니다. 그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면 시장은 2주 전에 저점(4835)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S&P500 지수는 추가 하락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일부에선 채권 금리가 계속 폭등하거나,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여전히 트럼프 풋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채권 금리가 폭등세를 지속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트럼프는 90일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채권 시장 불안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개인적으로 최소 1억 2500만 달러 상당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지율 하락도 트럼프의 태도 변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CNBC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3%만이 경제 처리 방식을 지지하는 반면 55%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CNBC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경제 처리 지지율이 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경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믿는 미국인이 2023년 아래로 가장 많아졌습니다.
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가 관세를 좀 더 완화하거나 무역협상이 줄줄이 타결되거나 경제나 시장이 되살아나지 않을까요?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이미 최악의 상황에 진입했으며, 미국은 지금 경기 침체에 점프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고금리로 인해 실물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무역전쟁이 터져 경기 침체가 불가피해졌고, Fed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그는 작년부터 높은 금리로 인해 주택시장과 기업 투자 모두 위축되고 있으며, 노동시장도 냉각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주식과 채권 자산 가격 하락으로 고소득층도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봤고요. 여기에 트럼프식 정책이 불확실성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의 협상법은 예측 가능성이 작고, ‘합의 없는 협상’이 계속돼 기업과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 한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이 발표된다 해도 실질적 신뢰 회복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재정 정책도 한계에 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정부 지출이 과도했던 만큼, 새롭게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는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주식, 달러, 국채의 동시 폭락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 금융 자산으로부터의 이탈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하며, 이는 아무리 협상을 해도 되돌릴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둔화는 아직 하드 데이터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실업급여 청구 건수, 산업생산, 건축 허가 건수 등 하드 데이터는 역사적 기준치를 상회하지만, 소프트 데이터는 평균 이하로 부진하다. 2022년처럼 하드 데이터가 소프트 데이터보다 잘 유지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관세 관련 뉴스가 본격적으로 터진 뒤 경제활동을 포괄할 만큼 최신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CBS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선제적 재고 확보"가 최근 경제 데이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4월 현재까지 경제 지표가 탄탄하지만 "60일, 90일 동안 지속할 수 있는 재고를 선제적으로 축적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라는 겁니다. 그는 "사람들이 재고를 모두 사서 앞당겨 구매했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재고가 떨어지는 게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Fed는 오는 수요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초 자료로 쓰일 베이지북을 발표하는데요. 미국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실시간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5. 저가매수에도 2%대 하락


뉴욕 증시는 오후 3시까지는 계속 떨어지기만 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모두 3% 이상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장 막판 한 시간 동안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그나마 2%대로 하락 폭을 줄였습니다. S&P500 지수는 2.36%, 나스닥은 2.55% 내렸고 다우는 2.48%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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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모든 업종이 약세였던 가운데 필수소비재와 소재만 1%대 하락률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업종은 모두 2% 넘게 떨어졌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은 모두 하락했다.
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일 장 마감 뒤 실적 발표를 앞둔 테슬라는 5.75% 떨어졌는데요. 투자자들은 실적 발표에서 관세가 미칠 효과,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DOGE 활동을 언제 그만둔다고 밝힐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테슬라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을 0.34달러로 컨센서스(0.42달러)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부진한 1분기 인도량(33만 7000대)과 낮은 영업 레버리지를 근거로 합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코드 레드'(전시) 상황이라며 머스크가 DOGE에서 물러나 테슬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침체 희생양’ 찾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51% 하락한 96.9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100달러 선이 다시 붕괴한 것이죠. 아마존도 3.06% 내렸는데요. 레이먼드제임스는 아마존이 관세와 물류 인프라 투자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275달러에서 195달러로 대폭 떨어뜨렸습니다.

메타는 3.35% 떨어졌는데요. 7일 연속 하락세로 그 기간 주가는 17% 이상 하락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