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지 기다릴게요" 명동대성당 찾아 교황 추모한 시민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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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추모 행렬 수십 미터
신자부터 일반 시민·노숙인까지 방문
한덕수 권한대행도 분향소 찾아 조문
주임신부 "교황 삶 기억하고 따라야"
신자부터 일반 시민·노숙인까지 방문
한덕수 권한대행도 분향소 찾아 조문
주임신부 "교황 삶 기억하고 따라야"

◇ 조문 행렬 수십 미터…한덕수 대행도 참석

이날 조문은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및 정부 관계자들의 조문으로 시작됐다. 이후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시민은 검은 우산을 쓰거나 어두운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오후 2시 50분께 추모 인파가 급증하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가 단순 추모객과 기도 참석자를 분리해 두 줄로 나눴다. 기도는 한 시간 간격으로 70명씩 입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뒷줄에서 기도 순서를 기다리던 신자들에게 "5시는 돼야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렸으나 신자들은 "얼마든지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오후 3시 10분께 명동성당에 도착해 약 2분간 짧은 조문을 마친 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이후 오후 3시 15분부터 신자와 시민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 인근 노숙인도 추모 동참…주임 신부 "교황의 삶을 기억하고 따라야"
최근 교황이 심각한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회복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던 터라, 일부 신자들은 교황의 선종을 믿기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명동 성당을 다닌다는 김수경(55·세례명 미카엘라)씨는 "너무 일찍 떠나셔서 아쉽다. 비가 오는 것을 보면 하늘도 슬퍼하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교황이 이제는 편안한 곳에서 쉬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종연(53·세례명 에지나)씨는 "부활절 다음날 돌아가셨다고 하니 끝까지 임무를 다하시고 가셨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교황이 시민들과 격 없이 어울렸던 모습을 인상 깊게 기억한다는 반응이 공통으로 나왔다. 춘천에서 온 이연자(68·세례명 테오도라)씨는 "2014년 방한 당시 대전에 오셨을 때 직접 뵀다"며 "작은 경차를 타고 오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명동 성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던 인근 노숙인들도 교황의 선종을 기리기 위해 명동 성당을 찾았다. 노숙인 오종환(63)씨는 "프란치스코는 영성이 있어서 교황은 좋은 데로 갔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 수녀는 "신자가 아니어도 음식을 대접하기 때문에 노숙인들이 조문하러 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천주교에서 신자들이 간절한 바람을 담아 기도할 때 올리는 봉헌초는 이날 평소보다 유독 많이 켜졌다. 봉헌초를 켜던 한 시민은 두 손을 모은 채 기도문을 읊조리고는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오후 3시 50분께 신자들과 함께 기도를 마친 뒤 다음 기도를 준비하던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취재진과 만나 교황의 삶과 메시지를 되새겨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조 신부는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이 주위를 바라보며 살았으면 한다"며 "교황님이 가치 있게 생각하신 것들을 남은 사람들이 기억해 그 삶을 따라가고, 그것을 꽃피우는 것을 교황님도 원하실 것 같다"고 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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