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회담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항상 어떤 평화적 제안에도 긍정적 태도를 견지해왔다”며 “우크라이나도 같은 태도를 보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인 공격 중단과 관련한 문제도 양자 간 논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우크라이나가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식 임기는 작년 5월 종료됐지만 전시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가 연기된 상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언급은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가능성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공식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민간인 공격 중단에 관해 대화하겠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이날 밤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공격을 자제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러시아의 명확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를 위한 어떠한 대화도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재 압박 속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종전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중재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 19일 오후 6시부터 21일 자정까지를 부활절 휴전 기간으로 일방적으로 설정했지만, 양측은 이 기간 서로 공격을 지속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5000여 건의 휴전 위반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전투 강도가 낮아졌고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