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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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기업 직장인 A씨는 월급 명세서를 볼 때마다 우울하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로 빠져나가는 돈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그는 “세금을 떼고 나면 월급의 약 30%는 구경도 못 하고 사라진다”며 “식료품 등 물가마저 올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본에서 건강보험료율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여파다. 고령자 의료비를 40%가량 지원하는 현역 세대 부담이 늘면서 ‘소비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부유층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도 건보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만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日 고령화에 건강보험 '적자 늪'…한국도 남일 아냐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대기업 직원이 가입하는 ‘건보조합’ 평균 보험료율은 올해 역대 최고인 9.34%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0.03%포인트 상승하며 18년 연속 올랐다. 일본 건강보험은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이 독자 운영하는 ‘건보조합’, 중소기업 직원이 공동 가입하는 ‘협회건보’, 자영업자 등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민건보’로 나뉜다. 건보조합과 협회건보는 조합별·지역별 보험료율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보험료율 인상은 재정 악화 탓이다. 니혼게이자이가 각 건보조합 예산을 집계한 결과 올해 재정수지는 총 3782억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연속 적자다. 전체 건보조합의 76%인 1043개 조합이 적자를 낼 것으로 집계됐다. 149개 조합이 올해 보험료율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적립금을 허물 수밖에 없다.

건보 적자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령자의 의료비 지원금이 갈수록 늘어서다. 일본은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건보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 재원의 약 40%를 건보조합, 협회건보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일본의 베이비부머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가 모두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가 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건보조합의 후기 고령자 지원금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2조3353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日 고령화에 건강보험 '적자 늪'…한국도 남일 아냐
지난해 일본의 가계 소득 대비 사회보험료 부담률은 20%에 달했다. 세금 부담률은 7% 수준이다. 소비세 등 간접세까지 더하면 부담률은 더 높아진다. 가계는 소득의 약 30%를 사회보험료와 세금으로 쓰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보험료 부담이 가처분소득을 압박해 지출을 늘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 대표 경제단체 게이단렌은 작년 12월 부유층 과세 강화를 정부에 제안했다. 서민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