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시스템온칩(SoC), 그래픽처리장치(GPU), 저장장치 등을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반도체 기술이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범용 반도체에 CXL 기술을 적용하면 메모리 용량이 10배 이상 확장되고 전송 속도도 빨라진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반도체로 꼽히는 이유다.

"23조 CXL시장 잡아라"…메모리 '빅3' 경쟁
SK하이닉스는 2.0 기반 솔루션 CMM(CXL메모리모듈)-DDR5 96기가바이트(GB) D램의 고객 인증을 완료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8GB 제품에 대한 고객 인증을 받은 데 이어 현재 256GB D램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에 대해 “기존 DDR5 모듈 대비 용량이 50% 늘어나고 대역폭도 30% 확장돼 초당 36GB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며 “이 제품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운영 비용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다른 고객사와 128GB 제품 인증도 진행하고 있다. 이 제품은 10나노급 5세대(1b) 미세 공정을 적용한 32Gb DDR5 D램을 장착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CXL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도 공들이고 있다. 이 제품에 최적화한 소프트웨어인 HMSDK(이종 메모리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개발해 세계 최대 오픈소스 운영체제 리눅스에 적용했다. 고객사가 SK하이닉스의 CXL-D램 제품에서 다른 회사 제품으로 갈아타기 힘들게 하는 ‘록인’ 전략을 쓴 것이다.

CXL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성엔 이견이 없다. 시장조사업체 욜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 규모는 2023년 1400만달러(약 203억원)에서 2028년 160억달러(약 23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심사는 CXL 주도권을 누가 먼저 쥘지다. 기술력이나 고객 인증 속도 측면에서 맨 앞에 선 업체는 삼성전자다. 삼성은 2021년 5월 업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D램을 개발한 것도 삼성전자다. 128GB 제품에 대한 고객 인증을 작년 말 마친 데 이어 256GB 제품 인증도 조만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완벽한 CXL 제품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거머쥔 ‘기술 리더십’을 CXL-D램으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넘버3’인 마이크론은 2023년 CXL 2.0 기반 메모리 확장 모듈을 내놓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따라잡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HBM에 이어 ‘CXL 전쟁’도 막이 올랐다”며 “메모리 빅3가 제2 AI 반도체 시장을 놓고 피 말리는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