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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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부산이나 인천에, 산업은행은 부산으로, 전남엔 의대 신설, 전국에 GTX….”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지역 공약들이다. 양당 후보들은 각 지역을 돌면서 주요 기관의 지방 이전과 전국 GTX(광역급행철도), 공항 신설 등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약속했다. 지역 표심을 의식한 맞춤형 정책들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 부산行, 해수부는 부산 vs 인천

한국경제신문이 23일 각 후보의 지역발전 공약을 분석한 결과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등 주요 기관의 지방 이전이 양당 공통으로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의 한동훈·안철수 후보가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산은에 이어 수출입은행까지 부산행을 꺼냈다.

산은 이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당선 이후 산은 이전을 추진했지만 산은 노조의 반발과 정치권 논란에 부딪히며 이전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이전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과 이해관계자들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합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 이전 공약도 등장했다. 그간 정치권 논의는 있어왔지만 대선 공약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후보는 부산행을, 김동연 후보는 인천행을 제시했다. 각각 부산과 인천을 해양특화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를 내걸었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김동연·한동훈 후보는 국회의 세종 이전을, 이재명·김경수 후보는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을 꺼냈다.

SOC 투자 약속도 쏟아졌다. 김문수 후보는 수도권에 이어 부울경·대전세종충청·대구경북·광주전남까지 GTX를 5개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인천·청주·광주·TK(대구·경북)·가덕도 등 5대 관문 공항을 거점으로 지역 발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지역별 유세 돌며 '핀셋형' 공약 약속

민주당 후보들은 지역별 경선을 앞두고 해당 지역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오는 27일 강원·제주 지역 경선을 앞두고 이날 강원·제주 지역 공약을 내놨다. 강원 ‘은퇴자 마을 조성’ 제주 ‘탄소중립도시’ 육성 등이다. 지난 18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선 △부산·울남·경남(부울경)을 북극항로 중심지로 발전 △대구·경북(TK)은 제조·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육성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김동연 후보는 22일 호남권 순회 경선을 앞두고 △서해안 RE100 라인 집중 투자 △광주 민·군 공항 이전 △전남 국립의대 신설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지원 등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당심을 잡기 위해 대구·경북·부산·경남 등 지지 기반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14일 부산을 찾아 △울산·거제에 친환경 조선·해양플랜트 단지 △창원·사천에 방산·우주항공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북항 일대를 글로벌 해양 특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후보는 12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찾아 "신공항이 2029년에 문을 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거점도시 개발, 주도권은 중앙 vs 지방정부

모든 후보가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을 개발하는 '메가시티' 형태의 지역균형 발전 전략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에 대해선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한동훈 후보는 전국에 서울 5개를 만들겠다는 '5대 메가폴리스'를 공약하면서 중앙정부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지역 발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했다. 그는 “지자체 차원에서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전략적 결정은 하기 어렵다”며 현실화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집중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명·김경수 후보도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세수 권한을 이양하고 직접 특화 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연·홍준표·안철수 후보도 지자체 자율성을 강화하고 중앙정부는 지원을 돕겠다는 기조다.

문제는 이같은 지역 발전 공약 대부분이 선심성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각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 발전 공약들은 각각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다. 앞선 대선에서도 다양한 지역 균형개발 정책이 제시됐지만 크게 축소된 사례도 적잖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은/강진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