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조직 일당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사기조직 일당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서울경찰청 제공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틈타 이를 악용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트코인(BTC)과 테더(USDT) 스와프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으로 매일 투자금의 2%를 수익으로 지급한다며 1400여 명으로부터 수백억 원을 가로챈 다단계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가상자산 투자사기 조직 총책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들은 2023년 12월부터 작년 7월 사이 "BTC와 USDT를 장외에서 상호 교환하는 거래(블록딜 스와프 거래)로 수익을 창출해 매일 투자금의 2%를 수당으로 지급한다”고 속여 1408명으로부터 328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인허가나 다단계판매업 등록 없이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에 226개 센터를 구축하고 사업설명회를 열어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면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며 피해자를 끌어들였다. 전체 피해자의 85.9%가 50~70대의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전형적인 '폰지 사기' 형태의 범행인 것으로 파악됐다. 블록딜 스와프 거래는 실체가 없는 사업이었고 실제로는 후순위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이 운용됐다.

총책 A씨는 투자금 중 185억 원을 수표로 인출해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챙긴 범죄 수익 약 65억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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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범죄는 최근 들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작년 11월엔 '원금의 20배', '운명을 바꿀 기회' 등 문구를 내세워 코인 28종을 판매하고 1만5304명으로부터 3200억 원을 가로챈 투자리딩방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총책은 구독자가 62만 명에 이르는 유튜버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회원이 16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며 이를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2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55%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45%는 투자 정보를 미끼로 사람을 꾀는 '리딩방'에 당했고, 35%는 엉터리 코인이나 불법 거래소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투자 사기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의 실체에 대한 면밀한 확인 없이 투자할 경우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다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