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관세 여파로 수출 타격
12년간 816조 인프라 투자에도
"실제 반영까지는 수년간 소요"
독일 정부가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에서 0%로 낮췄다. 미국발 관세 부과로 수출 중심 경제가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관세 충격이 커지면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이 2023년, 2024년에 이어 3년 연속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 경제기후보호부는 24일(현지시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1%에서 1.0%로 낮췄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경기가 저점을 찍고 반등해 올해 성장률이 1.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반년 만에 전망을 비관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독일은 2023년 -0.3%, 2024년 -0.2%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2002~2003년 이후 21년 만의 장기 부진이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마저 뒷걸음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도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올해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할 수 없다”며 “얕은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독일 경제가 부진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뛰고 중국과의 경쟁으로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경쟁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수출마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무역 정책, 특히 관세 위협이 독일 경제에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 주도형인 독일 경제 구조상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치권은 위기 대응을 위해 향후 12년간 특별기금 5000억유로(약 816조원)를 조성해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섰다. 독일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조치를 감안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하베크 장관은 “재정 정책이 긍정적 자극을 줄 수는 있어도 실제 성장에 기여하려면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온도 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