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의료사고 의료진에게 환급금까지 청구 가능"
대법원이 의료사고로 발생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금 청구 사건에서 환자에게 돌려준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도 의료진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병원 측 과실로 의료사고가 나면 공단이 대신 낸 병원비뿐 아니라 환자에게 환급한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까지도 의료진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4월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진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18년 9월 인천의 한 의원에서 환자가 오염된 수액을 맞고 패혈성 쇼크로 숨진 의료사고에서 비롯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자의 치료비 일부를 보험급여로 지급하고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 107만8770원을 유족에게 환급했다. 이후 의료진을 상대로 대신 부담한 금액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은 환자가 한 해 동안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쌓인 모든 본인부담금을 합산해 계산된 것"이라며 "이를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부분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공단이 초과금에 대해 청구한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환자에게 환급한 초과금도 공단이 부담한 요양급여비용에 해당한다"며, "의료사고로 인해 요양급여가 이뤄진 경우라면 초과금 역시 의료진에게 구상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관련 법리를 오해했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병원비뿐 아니라 환자에게 돌려준 초과 환급금까지 의료진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난 사고에 대해서는 청구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날짜별로 따져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정희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