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ESG 규제에 대한 반발 기류 등 기업의 녹색 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국내 기업의 녹색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녹색금융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경ESG>는 녹색금융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요 금융사의 우수 사례를 살펴본다.
[한경ESG] - 스페셜 리포트 2025 대한민국 녹색금융이 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일부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 규제의 적용 시점을 유예하고, 미국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투자 지침에 대해 완화적 입장을 보이는 등 일부 규제 완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기본법 시행령 개정 등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조정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권도 변화하는 국제 흐름을 반영하면서 녹색금융과 지속가능경영 강화라는 본질적 목표를 놓지 않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국내 금융권은 녹색금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의 녹색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녹색금융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서다. 정책 금융기관은 신재생에너지, 탄소중립 프로젝트,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도 ESG 특화 금융상품 출시, ESG 채권 발행, 녹색 프로젝트 투자 등을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녹색 프로젝트 투자 확대 ▲K-택소노미 기반 녹색대출·보증 체계 구축 ▲ESG 리스크 심사 및 데이터 관리 강화 ▲고객 참여형 친환경 금융상품 출시 ▲스코프 1~3 탄소배출 통합 관리 ▲녹색채권 시장 활성화 등을 공통 키워드로 삼고 있다.
특히 최근 EU 옴니버스 패키지 등 국제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은 중장기적으로 ESG 공시와 녹색금융 대응을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녹색금융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녹색금융 체계 고도화...자금 조달 다각화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ESG 규제의 조정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금융기관은 녹색금융 확대를 미래 생존 전략으로 채택하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술보증기금,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금융기관은 각자 특성과 정책적 역할에 맞춰 탄소중립과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녹색금융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 여신·투자 지원을 넘어 정밀한 평가 체계와 지속가능성 관리까지 확장하며 전략적 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ESG를 단순 이슈가 아닌 금융 전략의 중심에 놓고 있다. 특히 ▲국제 기준(K-택소노미, ISSB, ICMA 등)에 부합한 녹색 프로젝트 심사 체계 구축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전환(RE100) 참여 및 탄소배출 관리(스코프 1·2·3) ▲ESG 채권 발행 및 투자 확대를 통해 녹색금융을 제도화하고 있다. 각 금융사는 내부 심사 기준을 ESG 요소 중심으로 정비하고, 친환경 프로젝트에 우선 자금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외부 검증기관의 제3자 평가를 통해 자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녹색채권·지속가능채권 발행을 통해 녹색 자금 조달을 다각화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민간 금융기관에서 부담하기 어려운 장기 대규모 친환경 프로젝트를 중점 지원하는 한편, 기술보증기금은 녹색 프로젝트의 탄소 감축 효과를 정량화하여 정책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인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녹색금융 관리 체계를 구축해 여신, 투자, 채권 발행 등 전방위적으로 친환경 금융을 확대하고 있으며, 탄소배출량 측정 및 관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기술보증기금은 ‘해외 진출 지원’과 ‘중소기업 녹색전환 촉진’이라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세운 뒤 이를 추진 중이다. 수출입은행은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선박, 해외 수소경제 프로젝트 등 글로벌 녹색산업 진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선박 금융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중소·벤처기업 대상 탄소가치평가, KTAS(KIBO Taxonomy Application for SMEs) 평가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녹색 보증을 강화하고, 녹색 프로젝트 기반인 유동화증권(G-ABS) 발행, 민관 금융 협력 프로그램 등 새로운 녹색 금융 수단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 Green Wave 2030’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ESG 금융 50조 원, 이 중 25조 원을 친환경 부문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전기차·수소차 인프라, 녹색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체계적 자금 배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기반으로 녹색대출·채권 발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자체 ESG 금융상품 협의체를 통해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KB맑은하늘적금’ 등 고객 참여형 친환경 금융상품을 통해 일상 속 ESG 실천도 유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반영한 ‘ESG 금융 심사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 대출 및 투자 심사 시 ESG 평가를 자동화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기업 ESG 라운지’를 신설해 탄소배출량 산정, ESG 교육, 맞춤형 컨설팅 등 비금융 지원도 확대했다.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을 대상으로는 여신 조건에 ‘배출량 감축’ 연계 조항을 추가하는 등 금융 인센티브를 활용해 산업계 탈탄소를 유도하며, 고탄소 업종 전환금융 확대를 목표로 ‘녹색금융협의체’도 출범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고, 2025년까지 전 사업장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다양한 ESG 채권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2023년 기준 ESG 채권 보유액은 1조46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스코프 3(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까지 전방위로 관리하는 등 내부 탄소배출 관리 선진화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