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박지훈이 연시은으로 몰입한 순간을 전했다.

박지훈은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약한영웅 Class2'(이하 '약한영웅2') 인터뷰에서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있지만 시은은 더욱 특별한 거 같다"며 "촬영장에서 편하게 장난치다가 카메라가 돌면 바로 집중이 됐다"고 말했다.

'약한영웅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지훈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의 극을 이끌며 연시은의 성장을 보여준다.

박지훈은 '약한영웅' 시리즈에 등장했던 많은 인물 중 "저랑 가장 닮은 캐릭터는 시은"이라며 "어릴 때부터 아역 생활을 하면서 의지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뿐이었다. 실제로도 친구가 많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았고, 그런 모습을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시은이 마음이 잘 알겠더라. 그런 쓸쓸한 뒷모습을 포현한 게 저의 어릴 때 모습과 상당히 비슷했다"며 "그래서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액션 빼고는 시은이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박지훈과 일문일답

▲ 시즌2가 공개된 걸 어떻게 봤나.

= 공개되기 전에 다같이 단관을 해서 한번 봤다. 연시은이라는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도 애정이 있지만 더 뭔가가 있는 거 같다. 더 애처롭고 슬픈 느낌이 있었다. 유수민 감독님이 말씀주신 거처럼 시은의 얘기를 뭔가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즌2를 찍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 시은의 얘기를 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다 보고 나서 울었다. 왠지 모르게 여운이 길게 남았다. 마지막 다 보고 하나의 생각이 들었는데 '이 모습을 위해 우리 모두가 달려왔구나' 싶더라. 결국에는 시은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하나의 목표를 갖고 온 거 같았다. 시즌1부터 함께한 추억들, 촬영장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면서 함께한 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거기서 나온 복받침이 있었다.

▲ 시즌2 공개 후 글로벌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 요인은 뭘까.

=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이유는 많겠지만, 더 화끈해진 액션과 주인공에 대한 서사가 아닌가 싶다. 슬픈 브로맨스 케미 등이 섞여 있어서 좋아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영웅담 혹은 학교 생활을 하면서 느낀 다양한 영웅들이 생각나서 그런게 아닌가 싶고. 제가 학교 다닐 때에도 그런 싸움도 잘하고, 친구들에게도 잘하는 영웅들이 있었다.

▲ 시즌2는 플랫폼도 넷플릭스에서 웨이브로 바뀌었다. 차이점이 있던가.

= 제가 그런 변화를 신경쓰는 편은 아니다. 그게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고, 연시은 그 자체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너무 좋고, 영광일 뿐이다. 시즌1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 시즌2에서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던 시은의 모습은 뭘까.

=시즌1에서 친구를 잃은 후 쌓인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본을 보니 얘가 맷집이 강해지고, 싸움도 잘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게 시즌1과 연동돼 싸움 스타일이나 다른 감정이 생길 수 있을 거 같았다. 제가 보기엔 악에 받친 거 같았다. 이 지겨운 짓좀 그만 하자 이런 감정을 갖고 가고 싶었다.

▲ '약한영웅2'를 통해 '눈알을 갈아낀다', '뺨의 근육까지 달라진다'는 평이 나온다. 이런 것도 다 계산한 걸까.

= 시은이는 몸에 도는 피도 차가워진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 캐릭터였다. 시은이라는 캐릭터가 차갑고 무뚝뚝할 때가 많다. 저도 얼굴 근육이 떨리는 걸 연기하면서 몰랐다. 모니터를 보면서 '몰입했구나' 싶더라. 잘했다, 못했다 말하기보단 '잘 표현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즌2를 위해 맷집이 좋아진 시은을 위해 증량한 걸까. 지금은 훨씬 야윈 느낌이라, 일부러 다른 외모를 만든 건가 싶더라.

= 현장에서 밥 안먹고 액션을 하는 게 고되다. 그래서 한끼한끼 건강하게 먹어가면서 찍었다. 액션 난이도는 올라갔지만, 춤을 좋아하고, 스트릿댄스를 찾아보고, 지금도 춤을 추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한계점이나 '너무 힘들다' 생각은 들진 않았다. 찍으면서 '나이를 먹었구나' 싶진 않았다. 안장이나 보호 장비도 많아서 편안하게 맞을 때 많고, 때릴 때 때렸다. 개인적으로는 맞는 게 더 편했다.(웃음) 보호대를 차고 맞는 게 마음도 편하고.

▲ 넷플릭스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이준영과 액션에서 위협적이라고 했다. 촬영장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사람은 누구였나.

= 이준영 형이 가장 위협적이었다. 다른 분들도 똑같이 합을 맞추고, 흡수를 잘하시지만 준영이 형은 주먹이 진짜 빠르다. 정말 바람소리가 들리더라. 현장에서 찍으면서 긴장을 하면서 찍어야 하겠지만, 제가 집중을 안하면 '큰일나겠다', '맞겠다' 싶더라. 화장실 액션이 처음이었는데, 다 찍고 주머니에 손 넣고 걸어가는데 '저건 금성제다' 싶었다. 현장에서도 그 말을 했다. 바람막이를 입어서 걷는 소리가 났는데, 진짜 무서웠다. 칼같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 함께 해보니 이준영의 실제 성격은 어떻던가.

= 비슷했다. 폭력적인 게 아니라 자유롭고 낭만있고 그런 모습들이. 저희 모두 춤을 좋아한다. 노래 틀어놓고, 같이 춤추고 그랬다. 표현해야겠다 싶은 게 있으면 추고, 영상 찍고, 모니터링하고 했다. 그런 시간이 좋고, 잘 맞았다. 처음엔 깍듯하게 형으로 했는데, 형이 '그러지 말라'해서 더 빠르게 친해진 거 같다.

▲ 시은이는 말도 적고, 행동도 크지 않다. 몰입하는 과정이 어려웠을 거 같다.

= 정말 신기한 게 바로 몰입이 됐다. 현장에서 웃고 장난도 치고 잘 지냈는데, 카메라만 돌면 바로 시은이가 왔다. 감독님도 '신기하다'고 하셨다. 저도 너무 궁금하고. 현장에서 분위기도 좋았고, 잘 따라갔다. '컷' 하면 공도 차고, 너무 재밌게 찍었다.

▲ 시즌2 새로운 친구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 각기 다른 힘을 지닌 배우들이었다. 그렇게 친한 상태로 촬영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들 친해졌고, 그래서 다 같은 또래다보니까 거기서 오는 에너지들이 있었다. 거기서 시즌1에서 느낀 것과 같은 감정을 느꼈다. 감독님도 친한 형처럼 느껴질정도로 편했다. 배우들도 캐릭터에 맞게 성실하게 임해줬다.

▲ 극중 짧은 장면이지만 시즌1 홍경, 최현욱 등 배우들과 다시 만났을 땐 어땠나.

= 주마등처럼, 재밌다고 하기엔 위험한 표현일 수 있지만 슬프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거 같다.

▲ 연시은의 전투력이 시즌1보다 줄었다는 반응도 있더라.

= 준태에게 정이 있어서 구한 게 아니다. 은장고로 전학오고 나서 '왜 액션을 안하지'라고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거 같다. 시은은 싸움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그러다 트라우마가 생겨 전학을 간 거다. 피치못하게 던져진 상황에서 그런 아쉬움은 있을 거 같다. 전투력의 아쉬움 보다는 친구들의 관계에 더 집중해서 봐주시길 바란다.

▲ '약한영웅' 시리즈 전까지 박지훈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는 '프로듀스101'에 출연할 당시 '네 마음 속에 저장'을 말하던 귀여운 소년이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약한영웅'에 나온 많은 캐릭터 중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인물은 누굴까.

= 저랑 가장 닮은 인물은 시은이다. 어릴 때부터 아역 생활을 하면서 의지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뿐이었다. 실제로도 친구가 많지 않았다.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았고. 그런 모습을 생각하고 연구하면 시은이 마음이 잘 알겠더라. 그런 쓸쓸한 뒷모습을 포현한 게 저의 어릴 때 모습과 상당히 비슷했다. 그래서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액션 빼고는 시은이었다.

▲ 무대 위 윙크는 연기였던 건가.(웃음)

= 연기라고만 볼 수 없는 게, 그게 제가 표현해 낼 수 있는 이미지였고, 진심이었다. 그런 귀여움이 그 시절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걸 보여드리려 많이 노력했고, 좋아하기도 했고. 하지만 제가 애교가 많은 스타일은 아니더라. 저도 궁금하다. 그게 연기였을까. 그런데 그땐 진심이었다. 그 모습을 좋아해주셨고, 그래서 저도 자신감을 얻고 더 귀엽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게 연기라고만 생각하진 않았다.

▲ '프로듀스101'에 같이 참가했던 황민현도 최근에 '스터디그룹'에서 '싸움짱'으로 등장했다. 맞짱을 뜬다면 누가 이길까.

= 시은이 같다. 물건을 이용해 변칙적인 수를 쓰는 친구라서. 그런 거에 있어서 한방을 노릴 수 있는 거 같다. 싸움 뿐 아니라 시은은 약점을 파악하는 것도 있다.

▲ 시은을 연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는 순간도 있었나.

= 시은이 웃었다는 것에 위로가 됐다.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에 시청자로서 몰입이 돼 '이제 웃네', '친구들과 같이 있으니 편안하구나' 싶더라.

▲ 시즌3가 나올까.

= 시즌2를 많이 좋아해주시면 가능성은 열려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한다.(웃음) 제가 감히 언급할 수 있을까 싶다. 제가 그냥 혼자 있을 때 잠깐 든 생각은, 이제 고3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 성장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약한영웅'은 고등학생들이 말이 안되는 거 같은데 되게 해서 재밌는 건데, 고등학생들이 모여 어른들을 상대로 사건에 얽히면서 풀어나가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다.

▲ '약한영웅' 시리즈가 글로벌로 주목받으면서 영어공부를 한다거나,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을까.

= 원래 성격이 목표를 정해놓고 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냥 달려가는 길을 묵묵히 뛰어가거나 걸어가거나 할 뿐이다. 끝 없는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싶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고, 그걸 연기자로서 목표로 하고 있다. 영어 공부는 안한다.(웃음) 제가 공부를 못한다.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안드는 거 같다.

▲ 차기작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제) 촬영 중이다.

= 단종 역이다. 또 다른 재미난 모습을 보여드릴 거 같다. 앞으로도 제가 표현할 수 있은 다양한 모습을 찾아가려 한다. 그걸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느껴 주시길 바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