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선물의 거래 규모가 현물 시장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금값으로 현물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가격 왜곡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 거래일까지 국내 금 선물의 거래대금은 141억원이었다. 지난 2월(183억원), 3월(122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100억원대를 기록했다. 작년 4월(57억원)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어났다. 하지만 현물 시장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한 규모다.

이달 들어 전 거래일까지 거래소의 금 현물 거래대금은 88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689억원) 대비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이달 금 선물 거래대금 비중은 전체의 1.59%에 그쳤다.

국내 금 선물 시장이 찬밥 취급을 받는 이유는 현물과 비교해 장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인에겐 무엇보다 절차가 번거롭다. 파생상품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모의 거래도 거쳐야 한다.

선물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는 ‘KODEX 골드선물(H)’ 등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 금 선물지수를 좇는 상품이다. 기관투자가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같은 글로벌 파생거래소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호가가 촘촘해서다. CME 금 선물 거래 규모는 하루에만 약 127조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 금 선물 시장은 2022년까지 거래가 없는 달도 허다했다.

전문가들은 금 선물 시장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금 가격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관세 전쟁에 따른 달러화 약세,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사상 최초로 장중 트로이온스당 350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금을 찾는 투자자가 급증하면 선물 거래가 저조한 국가에선 현물과의 가격 괴리율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수 있다. 가격을 조정할 차익거래 자체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현물 수급이 꼬일 때 국제 가격과의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2월 금의 국내 가격과 국제 거래 가격 괴리율이 20%까지 확대된 게 대표적 사례다.

현장에서는 금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이 해결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부서 관계자는 “기관이 매도 차익거래에 적극 나서기 위해 금 현물을 공매도하며 금 선물을 매수할 길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 공매도 허용 여부를 두고 유관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시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