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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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세법 일을 집중적으로 한 지도 벌써 15년 가까이 됐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세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고객에게 꼭 하라는 학부 시절 은사님의 강의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일하다 보면 아무리 사소한 계약이나 거래라도 세금과 무관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실감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 독자 여러분과 흥미롭고 유용한 세금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살다 보면 상대방과 거래하거나 특정한 의사표시를 했다가, 사정이 바뀌어 이를 물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증여했다가 마음이 바뀌어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는 경우, 부동산을 팔았다가 어떤 이유로든 뜻을 바꿔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럴 때 세금 부담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증여세부터 부가가치세까지

먼저 거래에 따라붙는 세금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재산에 대한 무상증여가 이뤄지면 수증자는 '증여세'를 부담합니다. 부동산과 같은 재산을 양도할 때, 파는 사람은 당초 취득할 때 부담했던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받을 경우 그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합니다.

또 무상증여든 매매든 부동산 거래는 취득하는 쪽에서 '취득세'를 내야 합니다. 거래의 목적물은 부동산이나 주식, 자동차나 다른 자산일 수 있습니다. 사업자 간 거래라면 양도인(재화의 공급자)이 '부가가치세'를 양수인으로부터 받아다 과세관청에 납부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거래를 일상에서 늘 접합니다. 그렇다면 위 거래가 이뤄진 후 계약을 해제하거나 거래가 취소된다면, 즉 거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면 세금 부담은 어떻게 될까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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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는 돌려준 시점 따라

현행법상 증여는 증여 이후 증여자와 수증자가 합의해 물건을 되돌려 줄 경우, 돌려준 시점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집니다.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 기한(통상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 말일부터 3개월 이내)까지 반환이 이뤄지면, 증여가 없던 것으로 취급합니다.

다만 그전에 과세관청이 증여세를 이미 부과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또 신고기한이 지난 뒤 3개월 이내에 증여자에게 물건을 되돌려준 경우, 되돌려주는 것에 대해서만 별개 증여가 아닌 것으로 인정됩니다(상·증세법 제4조 제4항).

신고기한이 지난 후 3개월이 지난 뒤에 돌려주면, 돌려주는 행위 자체가 별개의 증여로 취급됩니다. 이 경우 돌려받는 사람이 별도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다만, 증여한 재산이 현금인 경우에는 신고기한 내에 반환해도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금전을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는 뭘까요. 현금은 처음 증여한 것과 돌려받은 것이 같은지 다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성질상 증여와 반환이 용이하므로 증여세 신고기한 내에 증여하고 반환하는 것을 반복할 경우 증여세를 회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입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7384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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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는 회수 어려워

양도소득세는 어떨까요. 무상증여가 아니라 대가를 받고 판 경우라면,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합니다. 매매 후 소유권이전까지 마쳤다고 해도, 해제에 의해 양도행위가 실효되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고 원칙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세관청은 '진짜 해제가 맞냐', '해제는 형식일 뿐 별개 거래를 해제로 포장한 것 아니냐'를 집요하게 따지고 들어옵니다. 따라서 해제합의서 하나 써놓고 매매물건을 돌려받았다고 해서 쉽사리 양도소득세도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 낙관해선 안 됩니다.

현실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돌려받길 기대할 수 있는 건 매매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 정도입니다.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제한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는 상황 수준입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을 맺고 양도대금을 모두 받았더라도, 매매계약 이행 관련 분쟁으로 계약이 합의해제되면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효력을 잃는다고 했습니다. 이에 "매도인의 양도소득을 전제로 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며 "계약해제처럼 추후 사유가 발생한 경우 경정청구제도가 마련되어 있더라도 부과처분 자체를 다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두4407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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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는 취득행위 기준으로 과세

취득세는 어떤가요. 양도인은 계약해제 시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취득세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으로 소유권을 얻은 매수인은 계약 합의가 해제돼 부동산을 돌려주더라도 취득세 납세의무는 그대로 유지되고, 납부한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취득세는 사실상의 '취득행위'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A 회사는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취득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이후 매도인은 잔금 지체를 이유로 소송을 냈고, 매매계약 해제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조정 결정이 확정됐습니다. A사는 취득세를 '0원'으로 경정해달라는 청구를 했지만, 과세 당국은 거절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취득세를 돌려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두38345 판결).

그렇다면 부동산을 돌려받은 당초 매도인은 새로 취득세를 내야 할까요. 위와 같은 '합의해제에 의한 소유권 원상회복'은 취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취득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상의 내용은 현행법과 판례의 대략적인 결론을 정리한 것입니다. 어떤 거래를 하거나 이미 한 거래를 물릴 때의 세금 부담을 간과하면 당황스러운 결과를 맞을 수 있으니 거듭 잘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계약 해제했는데…세금도 부담해야 하나요? [이창의 유용한 세금 이야기]
이창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 |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법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법무법인 남산에 입사 후 지금까지 조세전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역외탈세·국제조세·법인세·종합소득세 등 수백건의 조세심판 및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자문을 제공했다. 국세청 조세법률고문,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홍익대 법과대학에서 2년간 세법·세법연습 과목을 가르쳤고, 국세청·관세청 공무원 대상으로 강의했다. 조세법연구 등 세법 분야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