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옥 "트럼프 맞상대 뽑는 대선…빅텐트에 대의 안 보인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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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옥 정치연구소 민의 소장 인터뷰
신간 통해 "누가 트럼프의 맞상대인가"
경제 위기 대응할 서사 필요성 강조해
"정당·후보들 이야기, 대부분 국내용"
"빅텐트, 차별화·유능함 아니면 무용"
신간 통해 "누가 트럼프의 맞상대인가"
경제 위기 대응할 서사 필요성 강조해
"정당·후보들 이야기, 대부분 국내용"
"빅텐트, 차별화·유능함 아니면 무용"

최근 신간 '6.3 대선의 승자 그의 스토리에 답이 있다'를 낸 김관옥 정치연구소 민의 소장. 그의 신간 부제는 '누가 트럼프의 맞상대인가?'라는 물음이다. 그는 이번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는 일이라면서, 최근 각 정당과 후보들 사이에서 이러한 담론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어느 순간 정치권에 자기만의 서사가 있는 정치인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반명(반이재명) 기치로 형성될 조짐이 보이는 '빅텐트'에 대해선 "대의가 없다"는 취약성을 거론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 과거 한국 정치에서 스토리텔링이 가장 강력했던 사례는 무엇이었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들의 스토리텔링 뒤에는 '민주화'라는 가치가 있었다. 민주화 이후 유권자가 스스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후보자의 삶과 신념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 3당 합당을 통해 보수 세력과 손잡았지만, 오히려 민주주의 가치를 견지하고 있던 쪽이 김영삼이었다. 김대중은 투사적 성향과 반체제 인사라는 서사를 확고히 구축했다. 노무현은 '지는 게임도 한다'는 원칙의 이야기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 최근 한국 정치에서 그런 스토리텔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노 전 대통령 이후로는 없었다고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스토리텔링은 있었다. 청계천 복원과 현대건설 신화 등 성장의 서사였다. 그러나 BBK 등은 나중에 알고 보니 왜곡된 부분이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사에 기대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친구인 노무현의 스토리에 의존했다. 결국 자신만의 독립적인 서사가 없는 정치인들이 대통령이 돼 온 것이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있지 않았나
"윤 전 대통령은 스토리텔링으로 당선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가치의 파급은 있었다. 다만 조국 사태로 촉발된 검찰 이슈가 유권자와 후보자 간 상호작용을 막아버린 감이 있다. 거기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 시대가 어떤 서사나 가치보다 단순한 실용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이번 대선에선 시간적 제약이 크다는 점에서 서사가 역할을 발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서사가 있다한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서사를 검증할 시간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민주화 후 선출된 8명의 대통령 중 4명이 감방에 가고, 2명은 탄핵이 됐다. 사람들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후 '개인의 문제다', '권력 구조의 문제다', '헌법의 문제다' 등 이야기를 하지만, 근원적으로 리더십의 문제는 유권자의 선택 결과라는 점이다. 문제가 발생한 인물들은 그럴만한 단서들이 과거에 주어진 경우가 많았다. 유권자가 후보들의 서사를 면밀히 판단해서 실패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 최근 경제를 논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두다.
"트럼프는 '피해자 스토리'를 강하게 구축했다. 중국과 무역전쟁, 이민자 문제, 동맹국 부담 등을 통해 미국인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이를 되돌리겠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했다. 결국 경제적 피해를 회복하겠다는 트럼프의 서사가 승리했다."
▷ 그런 맥락에서 최근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차기 정부에서는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가치 못지않게 '트럼프발' 경제 위기 대응이 핵심 과제다. 그런데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건, 이러한 담론이 부재하다. 지금 가장 필요한 질문은 '트럼프를 맞상대할 수 있는 서사가 있는 후보가 누구냐'다. 지금 각 정당이나 후보들의 대부분 이야기는 국내 경제·정치에 머물러 있다."
▷ 이른바 '빅텐트론'에 대해 어떻게 보나.
"현재 거론되는 '빅텐트'는 이름만 클 뿐 실제로는 '스몰'(small)이나 '미디엄'(medium) 텐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결속력을 강하게 가질 '대의'란 게 안 보인다. 단순히 반명 정서로 뭉치려 할까 아니라 차별화,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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