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비행갑판에서 이륙하는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미군이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어 현대 전자전 항공기의 대명사로 통한다.  /사진=AP연합뉴스
남중국해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비행갑판에서 이륙하는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미군이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어 현대 전자전 항공기의 대명사로 통한다. /사진=AP연합뉴스
정부가 2034년까지 1조9000여억원을 투입해 이른바 한국형 '그라울러' 전자전기를 확보한다. 다만 전투기인 F/A-18을 기반으로 한 미국 해군의 근접지원 전자전기(Escort jammer)인 그라울러와 달리 국산 전자전기는 비지니스 여객기 기체를 활용한 원거리 전자전기(Stand-off jammer) 형태가 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은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어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이 사업은 평시 주변국의 위협 신호를 수집·분석하고 전시엔 강력한 전자장비 및 교란장치를 이용한 전자공격(jamming)으로 적 통합방공망 및 무선지휘통신체계를 마비·교란하는 전자전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적 항공기와 지상 레이더 등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고 통신체계까지 마비시킬 수 있어 현대 전장에 필수 장비로 꼽힌다.

한국형 전자전기는 미 공군의 차세대 전자전기 EA-37B와 비슷한 외형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A-37B는 걸프스트림의 G550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방사청은 조만간 사업 입찰 공고를 실시한 뒤 업체를 선정해 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자전 장비 개발사로는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이 도전하고, 체계 통합과 기체 개조·제작 등에는 대한항공과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군은 E-737에 이어 E-7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고, 전자전기까지 확보하면 독자 작전 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방공 미사일을 확충하고 있다. 전자전기를 확보하면 한국군이 북한 지역에서 작전 시 주한미군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11월 미야코 해협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에 포착된 중국 인민해방군 Y-9GL 전자전기  / 사진=일본항공자위대 제공
2024년 11월 미야코 해협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에 포착된 중국 인민해방군 Y-9GL 전자전기 / 사진=일본항공자위대 제공
유사시 주변국과 분쟁에 대처하는 능력도 향상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수송기를 개조한 Y-9 전략 정찰·전자전기와 전투기를 기반으로 만든 공습작전용 J-16D 전술 전자전기를 다수 운용하고 있다. 일본도 해상·방공작전용으로 자국산 C-2 수송기 동체를 활용한 전자전기 RC-2를 운용중이다.

이현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