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3차 경선을 앞두고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나란히 감세 공약을 발표했다. 김 후보가 물가를 반영해 소득세 과세표준을 조정하겠다고 하자 한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해외 주식 양도세 공제 한도 상향 등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30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공약을 공개했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 구간에 35~45% 세율이 적용된다. 8800만원 이하 구간은 2022년 한 차례 조정됐지만 8800만원 초과 구간은 18년째 그대로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분만큼 임금이 오르면 실질임금은 그대로인데 적용 세율만 높아져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게 김 후보의 지적이다.

그는 또 직장인 성과급을 근로소득과 분리과세하거나 세액을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4%에서 21%로 낮추기로 했다. 상속세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해 개인별로 과세하고, 가업 상속은 자본이득세를 도입해 세금 납부 시기를 기업 처분 시점으로 미뤄준다는 방침이다.

한 후보는 이날 종부세 폐지와 해외 주식 양도세 공제 한도를 높이는 자본 관련 세 부담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한 후보 측은 종부세를 ‘이념적 조세’로 규정하고 “양도소득세가 유지된다면 종부세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해외 주식 양도세 공제 한도를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높이겠다고도 공약했다. 손실이 났으면 이후 3년간 이익에서 차감하는 ‘양도손실 이월공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한 후보 캠프는 또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가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세를 면제하고, 상속세는 개인별 수령액을 기초로 한 유산취득세로 개편해 부담을 경감하기로 했다. 세부 내용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뚜렷한 감세 기조를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공약도 구체화했다. 한 후보는 이날 AI 분야 200조원 투자 공약을 발표하면서 200조원 중 100조원은 국가 주도, 나머지는 민간 주도로 투자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후보는 AI 분야 100조원 투자 공약을 통해 유니콘기업 지원을 위한 100조원 펀드 조성과 AI 청년 인재 20만 명 양성 등을 약속했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부동산 공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등에서 두 후보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에너지 공약에서도 김 후보가 한국형 원자력 발전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고 한 후보는 “원전 중심의 안정적 전력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가 주요 이슈에 대체로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세부 공약과 제시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매일 오전 9시 정책을 발표하면서 ‘층간소음 방지’ ‘65세 이상 무료 버스’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디테일하게 제시했다. 이에 비해 한 후보는 ‘5대 메가폴리스 육성’ ‘국민소득 4만달러 중산층 시대’ 등 더 큰 범위의 청사진 제시에 주력하고 있다.

강진규/하지은/양현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