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소비재 수출이 호조세인 것과 달리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전통 제조업 수출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도널드 트럼프 관세와 중국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달 양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은 비교적 선전했지만, 컴퓨터 석유·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일반기계 등 나머지 주력 품목의 수출은 큰 폭으로 줄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컴퓨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한 6억6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컴퓨터 품목에는 데스크톱과 노트북컴퓨터, 모니터, 프린터, 스캐너, 메인보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이 포함된다. 비중이 가장 높은 SSD는 수출이 21.6% 줄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치고 들어온 탓이다. 국내 기업은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기업용 SSD 같은 고성능 제품을 먹거리로 삼을 계획이지만, 아직 일반 SSD에 비해 수요가 미미하다.
석유제품(-15.3%)과 석유화학(-13.1%) 품목의 수출 감소폭은 역대 두 번째로 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여파다. 석유화학 수출은 한국산 나프타의 주 수입국이던 중국과 중동 산유국이 자체 생산을 확대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7.6% 줄어든 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출은 크게 줄지 않았으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일반기계 수출액은 43억달러로 6.3% 줄었다. 일반기계 품목에는 건설기계와 공작기계, 보일러, 농기계 등이 포함된다. 세계 경기가 위축되고 건설투자, 기업설비 투자가 감소하면서 수요 자체가 줄었다.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미국 수출이 22.6% 감소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방향에 따라 한국의 전통 제조업 수출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4월 수출 결과로 그해의 추세를 가늠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