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눈높이 맞춰야 IPO 성공…대기업 계열 상장 추진"
“공모주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전에, 시장 눈높이에 맞게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이충훈 삼성증권 IB1부문장(부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과거처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공모가를 끌어올리던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과 구조를 제시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이 올해 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을 필두로 대형 IPO를 잇달아 주관하며 경쟁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부사장은 “IPO는 언론 노출이 많고 개인투자자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증권사 브랜드를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사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 서울보증보험 IPO에서 연 11%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하는 등 ‘현실적 전략’을 채택해 흥행에 성공했다. 보험업 특성상 성장성보단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먹힐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당일 주가는 23.08% 상승했다. 이 부사장은 “가격, 배당, 성장성 등 투자자가 수용 가능한 구조를 짜는 게 주관사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메가존클라우드, 리벨리온 등 정보기술(IT)·인공지능(AI) 기업으로 IPO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도 적극 노린다는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예전에는 삼성 계열사라는 이유로 대기업 계열사 IPO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LS그룹 계열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했다.

1996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기업금융, 금융공학, 리스크관리, 부동산금융 등 IB 전 부문을 거친 정통 IB 전문가다. 삼성증권은 인수금융, 주식발행시장(ECM)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에는 6000억원 규모의 지오영 인수금융을 단독 주관하며 대규모 거래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대성산업가스(5100억원), 휴젤(4550억원) 리파이낸싱 등도 수행했다. 농심의 16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도 이끌었다. 이 부사장은 “농심은 수년간 굵직한 자금조달이 없던 회사였다”면서 “수요를 발굴해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거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조직개편 없이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뒀다. 그는 “조직을 자주 바꾸면 고객도 피로감을 느낀다”며 “최소 2~3년은 유지해야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