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가입자 유심(USIM·가입자식별장치) 정보 해킹과 관련해 "SK그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진행된 일일 브리핑에 직접 나와 "해외 출국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으로 마음 졸이신 점, 특히 사고 이후 소통이 미흡한 점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며 "국회, 정부기관 등 많은 곳에서의 질책은 마땅하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어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고객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저희를 믿고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신 2400만 고객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SK텔레콤 가입자들이 이번 사태에 실망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면제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최 회장은 "솔직히 제 생각이 어떠냐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고객 불편이 없도록 해결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현재 SK텔레콤 이사회가 이 상황을 놓고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SK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도 공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SK텔레콤 이용자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SK텔레콤 이용자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오전 기준 SK텔레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수는 241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SK텔레콤 가입자가 약 2300만명, 알뜰폰 가입자가 약 200만명이었다.

해외 로밍 가입자의 경우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을 유보한 상태로, 오는 15일 자동 가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자체적으로 유심보호서비스와 더불어 불법 복제 서비스라든가 이상한 징후들을 차단하는 비정상인증시도차단시스템(FDS)을 운영해 당장 고객들이 해외 위협에 접한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막고 있다"고 했다.

신규 가입을 받지 않는 영업 중지 기간은 빠른 시일 안에 해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은 신규 가입자들에게 쓸 유심을 따로 빼놓지 않았다면서 전부 교체용으로 배정했다고 강조했다.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신규 영업 중지에 대한 부분을 최대한 빨리 단축해서 대리점에 대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며 "신규 영업 중지 취지는 유심이 부족한 시기에 (유심을) 신규 영업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교체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유심보호서비스가 전체적으로 가입되고 e심에 대한 셀프 개통을 포함하면 신규 영업 중지 기간을 빨리 해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PR센터장은 "어느 정도 (유심) 물량이 갖춰지면 그 이후에 신규 가입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