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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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가 2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일엔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 임박 소식이 차익실현을 자극하면서, 7일엔 체코 현지 법원이 최종 서명에 제동을 걸면서 각각 주가를 끌어 내렸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선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전망한다.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았는데도, 복수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후발주자 입장인 가스터빈 분야에서 성장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소형모듈원전(SMR) 분야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가는 중이다. 여기에 체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몽니’ 손 들어준 체코법원…“외교로 해결될 가능성”

7일 오후 1시15분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일 대비 300원(1.08%) 하락한 2만7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규장 개장 전 넥스트트레이드 거래에서는 낙폭이 한때 13.45%까지 커지기도 했다.

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최종 수주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 탓이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사이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에 대한 최종 계약 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전날 내렸다는 소식이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브르노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 입찰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EDF는 체코 경쟁당국에 한수원이 신규 원전 건설 수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가 기각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브르노 지방법원의 최종 계약 서명 금지 가처분 결정은 행정소송 본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지된다.

당초 한수원은 3월께에는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쟁당국 심사와 계약 보류 조치로 지연됐다. EDF와 미국 업체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7월 체코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하자 체코 공공조달 입찰 절차와 한수원의 계약 이행 불능 등을 주장하며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진정을 냈다. 웨스팅하우스는 올 1월 한수원과 지식재산권 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DF 측이 일으킨 소송전으로 인해 ‘사법 리스크’를 지게 됐다.

이전까지 주식시장에선 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최종 수주를 기정사실로 간주했다. 심지어 지난 2일에는 본계약 체결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이 차익실현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4.32% 하락했고, 다른 원전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총 사업비 26조원으로 추산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한수원이 수주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에 들어갈 주기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EDF가 일으킨 법적 분쟁을 체코와 프랑스의 외교로 해결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체코 내 다른 원전 사업에서 EDF가 일정한 역할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철회하는 타협안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 부족…‘후발주자’ 두산에너빌리티에 기회

체코 신규 원전 수주 모멘텀과 별개로 증권가에선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는데도 오히려 목표주가가 상향됐다. 메리츠증권(3만3000원→3만7000원), 하나증권(3만3000원→3만4000원), 대신증권(3만5000원→3만8000원)은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실적추정치를 하향하면서도 목표주가 산출방식을 변경해 목표주가를 4만원으로 유지했다.

장밋빛 전망의 가장 큰 배경은 가스터빈 분야다. 이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후발주자다. 특히 대형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씨 등 '글로벌 빅3'이 선점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재건에 나서면서 대형 가스터빈 공급이 부족해졌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에도 기회가 왔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최종 조립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최종 조립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스터빈 글로벌 3사는 대부분 신규 주문을 받으면 2029년 이후에나 인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3사보다 2년 이상 빠르게 납품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민호 연구원은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미국에서의 가스터빈 수주에 성공하면, 향후 중동과 동남아사이로의 수주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SMR 분야에서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규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안에 미국 내 유틸리티업체와 뉴스케일파워의 SMR 초도호기 건설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뿐 아니라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 미국 3대 SMR 업체들을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대안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도 뛰어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美 뉴스케일사의 SMR 플랜트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전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대안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도 뛰어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美 뉴스케일사의 SMR 플랜트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1분기 ‘어닝 쇼크’…“4분기엔 원전·가스 비중 확대될 것”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 1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3조7485억원, 영업이익은 60.2% 줄어든 142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직전 집계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2541억원을 43.92% 밑돌았다.

특히 에너빌리티 부문이 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석탄화력 설계·구매·시공(EPC) 등 2021년 전후에 수주해 수익성이 낮은 현장의 원가 상승분이 반영된 반면, 신한울 3·4호기 등 원전·SMR·가스 등 성장사업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부진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발주처, 보험사와의 협의를 통해 1분기의 원가 상승분의 대부분은 올해 안에 이익으로 돌아올 예정”이라며 “석탄화력 EPC 사업이 올해 상반기 중 상당부분 준공돼 4분기에는 성장사업의 매출 비중이 78%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