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 대화 물꼬 텄지만…협상테이블 앉기도 전에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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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스위스서 첫 회담
재무 베선트-부총리 허리펑
"빅딜 큰 기대 말아야"
재무 베선트-부총리 허리펑
"빅딜 큰 기대 말아야"

◇ 조심스러운 美
7일 미국과 중국이 각각 회담 계획을 공개했지만, 내용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베선트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국제경제 체제를 미국의 이익에 더 잘 부합하도록 재조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보도자료는 중국 측과 만난다는 한 문장만 담았을 뿐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두 발표 모두 ‘관세협상’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한 것이 눈에 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는 10~11일 중 중국과 회담할 것이라면서 “이번 회담은 대단한 무역협상이 아니라 긴장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공격적인 中
서로 자존심 싸움을 지속하던 양국이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양국 경제계의 지속적 요청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월마트, 타깃 등 기업들은 매대에서 물건이 사라지고 도산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관세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무역을 하지 않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1조달러라면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1조달러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가짜뉴스’(중국), ‘거래를 안 하는 게 우리에게 이익’(미국)이라고 주장했지만 양측은 그간 물밑에서 꾸준히 대화를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공급망 타격에 대한 기업의 우려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부터 대중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최소 세 번 이상 언급했다. 중국 측이 자존심을 세우면서 협상장에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 초고율 관세 내려갈 듯
몇 번의 만남으로 양국 간 ‘빅딜’이 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첫 번째 협상 장소로 중립국인 스위스를 택한 것도 양측의 기싸움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미·중 모두 상대방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제3국을 택한 것이다. 그런 만큼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전면적인 무역협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갈등 완화 자체만으로도 양국 정부에 경제적, 정치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1기 때 일시적으로 합의를 이루기도 했지만 서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곧바로 다시 관세 부과를 시작하는 등 치열하게 다퉜다. 이번에도 ‘대중 무역적자 완화’ 등 큰 목표에 양측이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언제든지 다시 폭발할 수 있다. 미국이 원하는 협상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고, 중국의 덩치가 커진 것도 타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역 단절 수준인 125% 등 초고율 관세는 비교적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려올 여지가 상당하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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