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북한이 공개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서 발사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22년 북한이 공개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서 발사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8일 오전 동해상에 여러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수 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전시 SRBM 등으로 한국과 일본의 공군기지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이들 미사일을 공급해 실전을 치렀고, 미사일 기술이 빠르게 향상돼 한·미의 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8시 10분부터 9시 20분까지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다양한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미사일은 최대 약 8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시험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일부는 250㎞ 내외를 날아가 알섬에 적중했고, 350㎞를 비행해 알섬 100㎞ 너머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북 길주군 앞바다의 알섬은 북한이 SRBM 시험발사 때 표적으로 쓰는 무인도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250∼350㎞를 비행한 미사일은 초대형(600㎜)방사포인 KN-25, 일본 방면으로 800㎞를 날아간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로 불리는 KN-23으로 추정했다. 시험 발사는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서 4∼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합참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왔으며, 발사 때 즉각 탐지 후 추적했다"며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고,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을 동해 방면으로 발사한 탓에 일본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북한의 행동은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베이징의 대사관 루트를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이날 발사된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은 모두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미사일 중 1발은 오전 9시20분께 발사돼 고도 약 100㎞에서 약 800㎞ 날고서 낙하했다"며 "이 미사일은 변칙 궤도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어 계속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대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중거리급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1월 1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월 10일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발사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단거리 무기를 집중적으로 발사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을 실전에 투입해 파악하게 된 기술적 문제점을 개선하고 성능을 개량한 결과를 시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의도를 묻자 "일부 수출을 하기 위한 성능 점검이나 비행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실험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와 관련해 북핵 부대표급 유선 회의를 열어 평가를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규탄했다.

이현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