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으로 10억 서울집 산다”…부동산 커뮤니티 달군 ‘대출’
지분형 주담대, 지분 일부 정부가 소유
매수자는 年2%대 월 사용료 지불
가격의 최대 40%까지 정책금융 적용
매매 땐 시세차익도 정부와 분배해야

명확한 수익공유 가이드라인이 관건


“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만큼 (투자를) 안 하는 게 손해죠”(30대 김모 씨)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수록 집값이 오를 텐데 걱정됩니다”(20대 황모 씨)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시민의 상반된 의견이다.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1억원으로 10억원짜리 집을 사는 방법’으로 소문이 퍼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억8000만원이 1억원으로 와전된 것이긴 하지만, 보유 현금의 약 5배에 달하는 집을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젯거리가 된다.
서울 성동구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정책 하나만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진 않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다만 과거 ‘수익 공유’에 대한 반감으로 비슷한 정책이 실패를 겪었던 만큼 안정적으로 정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정부와 주택 공동 소유…처분 이익도 공유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지분형 주택담보대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약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은 개인이 주택을 구매할 때 전체 금액 중 일부를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정책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구조다. 대신 주택 지분의 일부를 정부가 소유하며, 매수자는 정부에 매달 ‘월세’ 개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1억으로 10억 서울집 산다”…부동산 커뮤니티 달군 ‘대출’
주택금융공사의 최대 지분율은 40%다. 즉 주택 가격의 최대 40%까지 정책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매수자는 나머지 60%를 현금과 대출 등의 방식으로 조달해야 한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주택 가격의 18%(60%×(100%-70%))만큼 현금을 확보하면 되는 셈이다. 예컨대 10억원 아파트를 구매한다면 1억8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4억원은 주택금융공사에서, 4억2000만원은 대출로 마련할 수 있어서다.

주택금융공사로부터 확보한 자금에 대해선 연 2%(예상)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10억원 아파트 매매를 가정한다면 연간 약 800만원의 이자가 붙는 것이다. 1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이율이 3% 중반부터 형성돼 있는 걸 감안하면 부담은 크지 않다.

지분 투자받은 주택은 정책금융기관과 소유권을 나눠 갖게 된다. 주택을 처분할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도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눠 갖게 된다. 주택 가격이 내려가 손해를 보게 될 경우엔 손실액은 정부에서 먼저 부담한다. 정책금융기관의 지분을 2년마다 추가로 매입해 100%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슷한 제도 실패 경험…수익 분배 구조가 관건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이 본격 도입될 경우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경우 10억원 이하 주택(경기 6억원, 지방 4억원)까지 정책 혜택을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집값이 10억원까지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란 해석이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서울 기준 8억~10억원 사이 주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 집값이 10억원으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대 직장인 황모 씨는 “더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게 될 것”이라며 “공공분양 주택 조성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 모습. 뉴스1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우려보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2008년 도입됐던 ‘지분형 임대주택’이 시장 정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분형 임대주택은 지분형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제도다. 최초 주택 매입 때 집값의 30%만 초기 분납금으로 납부하고 입주한다. 임대료를 내며 거주하고, 나머지 지분 70%는 10년간 추가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분 구조로 인해 주택 처분 및 지분 대출 과정이 복잡해 수요자의 관심이 적었다. 금융기관 역시 리스크 관리가 어렵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참여를 주저했다.

제도 정착을 위해선 수익 분배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만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과거 비슷한 제도가 수익 공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실패했던 만큼 이익 분배와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최근 내 집 마련 트렌드는 주거와 재테크가 결합한 형태로 변화했다”며 “지분 100%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을 정부와 나눠야 하는 만큼 자산 형성 기회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주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