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드론 체계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드론을 탐지·식별하고 전파 방해(재밍), 신호 조작(스푸핑) 등으로 무력화한다. 마지막으로 레이저로 드론을 추락시키거나 그물망 등으로 포획한다.
美는 사막서 마음껏 시연하는데…韓은 반경 1㎞ 이내 테스트도 불가
재밍 및 스푸핑을 전자적 공격(소프트킬)으로 부르고 레이저·그물망 공격은 물리적 공격(하드킬)으로 지칭한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277개 안티드론 제조사가 생산한 500여 가지 제품 중 소프트킬 체계가 81%를 차지한다. 나머지 19%가 하드킬에 해당한다. 재밍은 일반적으로 드론이 위성에서 수신한 항법 신호보다 더 큰 잡음 신호를 송출해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법이다. 기만 재밍으로도 불리는 스푸핑은 GPS 같은 위성신호를 조작해 드론이 잘못된 위치로 떨어지게 하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안티드론 체계는 재밍과 스푸핑 방식이 혼합되거나 아예 대공무기 같은 물리적 수단으로 재밍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방위산업 업체들도 이런 복합 대응 형태로 안티드론을 개발하지만 시험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선 시제품 단계의 안티드론을 시연할 수 없어 몽골, 말레이시아, 독일 등으로 나가고 있다.

안티드론 재밍 장비를 개발하는 A사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몽골에서 시제품 장비를 시험했다. 반경 15㎞까지 재밍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인데 국내 시험장에선 ‘불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 인가를 받기 전이어서 공인 시험센터를 이용할 수 없어 해안가 등에서 시험해야 하는데 주변 어선을 통제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국내에선 1~2㎞ 거리의 재밍 테스트도 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안티드론 기술에서도 가장 앞선 미국은 여러 곳에서 드론 방어 장비 성능을 확인해볼 수 있다. 애리조나 서남부 사막 지대에 있는 유마 시험장 넓이는 3400㎢로 서울 면적보다 다섯 배 이상 넓다. 지난해 4월 미국 드론업체 제너럴아토믹스는 개발 단계의 무인 공격기 ‘모하비’의 실사격 테스트를 이 곳에서 했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