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이던 ‘은행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가장 우려하는 법안은 은행이 가산금리에 예금자보호법상 보험료와 법정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민병덕 의원발 은행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가산금리를 결정하는 세부 항목 등 구체적인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은행이 합리적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도록 금융위원회가 개선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은행의 가산금리 책정은 각 은행의 자금 조달 방식과 비용 절감 노하우 등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금융권이 시장 안정 역할까지 떠안은 상황에서 이 같은 법안들이 추진되면 은행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미 2조원이 넘는 상생 프로그램이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됐는데, 앞으로 압박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 개정이 기존 금융 규제 체계와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대출 요율이나 보증·서민금융 관련 법령에 따라 각 기관 출연금 비율이 정해지는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관련 법들도 함께 손봐야 한다. 이자 감경을 위해 법정 출연금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하는 것은 사실상 시장가격에 손을 대는 것으로 자본시장 원칙을 훼손하는 우려가 있으며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금융비용이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면, 금리의 왜곡이 생기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인위적인 금리 통제가 과도할 경우, 시장 기반의 금리 결정 메커니즘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지한 항목들을 대출금리에 반영한 경우 은행 임직원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의 제재를 받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됐다. 은행권은 이러한 일방적인 법적 처벌 대신 은행법에 따라 금융 당국 제재를 받는 형식으로 변경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렇게 대출금리 산정체계 공시와 상생 프로그램 등을 강제 적용하면 대출 금리 산정 방식이 경직되어 오히려 은행 간 차별화된 리스크 평가와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경직된 금리 산정 기준을 요구할 경우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가려내기 더욱 어려워질 것도 우려된다. 은행의 가산금리는 개별 차주의 신용도, 상환 능력, 업종 특성 등을 반영해 가격을 조정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금리 산정 항목이 표준화되거나 일률화되면, 정교한 리스크 평가가 어려워지고, 대출자의 위험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곧 상환 능력이 낮은 사람에게도 낮은 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금융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강연옥 대표 "은행법 개정안, 해법인가 재앙인가"
“공시 의무는 강화하되 산정 방식은 은행 자율적으로 허용하자”

한마디로 은행법 개정안의 취지는 그럴 듯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근본적 해결책 제시가 아닌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가산금리 항목 중 일부(예보료, 출연금 등)만 금지해도 은행은 여전히 다른 항목을 신설하거나 우대금리를 조정해 실질 금리를 조절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금리는 그대로일 수 있다는 의미다.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하더라도 은행은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다른 명목의 비용을 가산금리에 얹어서 사실상 같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 개정안이 금리 산정방식의 획일화로 나아가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역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출금리의 일률적 경직화는 오히려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키울 수 있으며, 제도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라 하더라도 은행 간의 리스크 평가 자율성과 시장 기반 경쟁구조는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 실질적인 금리 인하 효과나 투명한 구조 개편 없이 일부 항목만 제외하는 방식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금리 산정 내역의 공시 의무화는 소비자가 정보를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금융 선택권의 기반이 된다. 항목별 공시가 되면 금융감독원이 부당한 가산 요소 조작, 불합리한 차별 적용 등을 적발하기 쉬워지고 정책 신뢰도와 제도 정착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단순히 ‘무엇을 포함하지 마라’는 식의 부정 규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포함했는지를 공개하라’는 투명성 중심의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진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시 의무는 강화하되 산정 방식은 은행 자율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과도한 차등 적용이나 불합리한 항목은 사후 감독으로 통제하는 방식 등으로 보완해야 부작용을 줄이고 제도적 실효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강연옥 플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