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에 ‘친환경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연간 6000t에 달하는 폐의약품을 줄이기 위해 의약품 유통기한 연장 기술을 개발하고, 포장 간소화에도 나섰다.
알피바이오는 11일 통상 1~2년인 유통기한을 3년 이상으로 늘린 연질캡슐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질캡슐은 액체 상태 약물을 피막(젤라틴)으로 감싼 제형이다. 알피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약액 및 피막 특허 기술로 만든 연질캡슐을 감기약, 진통제 등 의약품과 오메가3, 루테인 등 건강기능식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의약품 유통기한이 늘어나면 폐의약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나오는 폐의약품 6000t 가운데 규정대로 수거되는 물량은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의약품은 약국, 보건소 등에 비치된 전용 수거함에 배출해야 하지만 대다수가 일반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폐의약품을 무단으로 버리면 토양, 지하수,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다.
휴온스 등 제약사들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 방법을 알리고 폐의약품 수거율 높이기에 나선 이유다. 휴온스는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시와 함께 올바른 의약품 폐기 방법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폐의약품 발생량이 늘어나는 이유를 모니터링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물류기업 용마로지스와 손잡고 약국에서 수거한 폐의약품을 소각장까지 운반한다.
HK이노엔과 유한양행은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포장상자와 설명서 등을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의약품 용기에 설명서를 부착하는 ‘매뉴얼 패킹’ 방식을 도입했다. 그 덕분에 포장상자와 설명서 가운데 하나를 없앴다. 영양수액제 유통 중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넣는 상자 내장재도 간소화했다. 유통 과정에서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포장에 투입되는 자원을 최소화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의약품 정보 전자적 제공(e라벨) 시범사업에 참여해 7개 품목의 라벨을 전환했다. 종이 문서에 담았던 의약품 정보를 QR코드로 교체해 연간 4.43tCeq(이산화탄소 환산량)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유한양행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