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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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으로 세계 10위권에 올라섰던 대한민국이 이제 가장 빠른 속도로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그렇게 부러워하던 우리의 민주적인 정치제도와 사법시스템이 계엄과 탄핵사태를 거치면서 세계인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말장난에 정치제도는 제3세계 후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심지어 법원에 폭도들이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겪었다.

현대 문명국가는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는 사법제도가 정착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법치주의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국가이다. 사법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민주적 의사결정이 무시되며, 법치주의가 무너진 나라는 끝없는 정치적 혼란이 반복될 위험이 상존한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경제를 망가뜨리고, 더 나아가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잘 넘기고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추락할 것인가?

당연히 대한민국은 살아남아야 하고, 더 나아가 괜찮은 나라를 후손에게 넘겨줘야 할 책임이 기성세대에 있다.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된 것이 1945년이니 올해로 80년이 되었다. 6.25 전쟁을 겪었고, 국민소득 100달러도 되지 않던 후진국에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서 2023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6194달러로 일본의 3만5793달러보다 높은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다만, 10년째 3만달러대에 머물러 있어서 자칫 이 숫자가 1인당 국민소득 최대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성장 동력이 상실되고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도 우리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주변의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출중심적인 경제구조에서 내부적으로 계엄과 탄핵이라는 악재까지 겹쳐있으니 내우외환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형상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정치판에 있는 사람들, 교육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은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는 허언을 버리고,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입으로 떠드는 것이 아닌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당파와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국민이 행복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 바탕에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이 박제가의 문집 ‘초정집서’(楚亭集序)의 서문에서 밝힌 말이다. ‘법고이지변(法古而知變) 창신이능전(創新而能典)’을 줄여 ‘법고창신’이란 용어가 나왔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 변화와 근본의 조화롤 통해 상생하고 성장한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상대의 장점을 수용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상생의 모습이다. 법고와 창신은 서로 대립하나 서로를 배척하지 않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인정하고,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사법부를 신뢰하는 모습이 법고창신의 정신이다. 보수는 진보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반대로 진보는 보수의 장점을 수용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 나라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법고창신의 모습이다. 헌법에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3권 분립을 명시한 이유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권력자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서로 권력을 더 가지겠다고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면서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과 행복추구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소수를 존중하면서 다수의 결정을 따라가는 제도이다. 소수를 존중하지 않고 다수결로 결정하는 제도는 자칫 독재로 변질될 위험을 갖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는 여당이 야당도 되고, 야당이 여당도 될 수 있는 정권교체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니 다수당이라고 해서 소수당을 무시하지 않는 상생의 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정치는 왜 하는가? 헌법은 왜 존재하는가? 법은 왜 지켜져야 하는가? 왜 대통령이 되려하는가? 왜 국회의원이 되려하는가? 왜 장관이 되려하는가?

‘왜’라는 질문에 법고창신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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