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산에서 확인한 미술시장 ‘춘래불사춘’…“가을은 다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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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 2025 폐막
관람객 수 감소 등 불황 여파 뚜렷
반면 프리즈 뉴욕은 회복 분위기
“프리즈 서울은 다를 것” 기대감도
관람객 수 감소 등 불황 여파 뚜렷
반면 프리즈 뉴욕은 회복 분위기
“프리즈 서울은 다를 것” 기대감도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의 절반 가까이(43%)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도 금융과 문화 중심지인 뉴욕을 부산과 단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아트페어 위상 차도 크다. 하지만 한국 미술시장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가 아트부산인 만큼, 글로벌 시장 분위기와 빗대볼 필요는 있다. 관세전쟁과 경기둔화, 지정학적 불안 등 정치·경제적 긴장 속에서도 수백만 달러의 작품이 단숨에 팔려나가는 등 세계 미술시장이 속도를 내는 사이, 한국은 다시 한번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란 점에서다.
불황에 숨죽인 아트부산
지난 8~11일 부산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5’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한국 미술시장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나흘간 이어진 행사를 찾은 방문객은 총 6만 명으로 집계됐다. 한창 호황기였던 2022년(약 10만2000명)과 비교해 41%가량 감소했고, 작년(약 7만 명)과 비교해도 1만 명가량 줄었다. 판매 총액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지난해보다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아트부산에선 국내 간판 갤러리 중 하나인 갤러리현대가 오랜만에 복귀를 알렸지만, 학고재, 이화익갤러리, 갤러리바톤 등 잘 알려진 중대형 갤러리들은 불참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국내외 운송비와 널뛰는 환율 등 각종 경비 급증에 따른 이중고로 갤러리마다 아트페어 참가를 줄인 탓이다. 이는 프리즈 뉴욕에서도 관찰된 현상이다. 지난 7일부터 닷새간 열린 올해 프리즈 뉴욕에 참여한 갤러리는 67개로 2019년(200개)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좀처럼 열리지 않는 지갑
문제는 구매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총판매액 746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써낸 2022년과 달리 올해 아트부산에선 ‘판매 완료’를 알리는 작품 옆 빨간딱지를 찾기 어려웠다. 구매 문의가 적은 건 아니었지만, 지갑이 쉽사리 열리진 않았다.

반면 프리즈 뉴욕에 참가한 갤러리들은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갤러리 중 하나인 가고시안은 제프 쿤스의 ‘헐크(튜바스)’를 개장과 동시에 300만 달러(약 42억원)에 팔아치웠다. 타데우스 로팍이 출품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 ‘Motto’가 100만 유로(약 15억7000만원)에 판매됐다. 밀리센트 윌너 가고시안 시니어 디렉터가 “페어의 출발이 아주 좋고, 반응도 놀라울 정도”라고 밝힐 만큼 전반적으로 열띤 분위기를 보였다.

다만 아트부산의 부진한 실적 속에서도 시장에선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미술시장이 회복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가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 미술시장이 대체로 글로벌 시장과 6개월에서 1년가량의 시차를 두고 반응하는 만큼, 오는 9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가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은 기대해볼 만 하단 것이다. 한 국내 갤러리 관계자는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하반기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아트부산과 함께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랩 부산’이 열리는 등 부산 전역에서 다양한 미술행사가 열리는 등 미술장터를 넘어 도심 전역으로 예술 플랫폼을 확장한 시도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정석호 아트부산 대표는 “단순히 판매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지역성과 국제성을 함께 담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페어가 확장 가능한 플랫폼임을 보여주고자 한 목표가 성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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