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산 원화 환산가치 커지면
위험가중자산 규모 불어나는데
환율 하락으로 CET1 관리 용이
자본 건전성 관리 부담 줄어
정부, 내달 추경 편성 가능성
"연내 원·달러 환율 1300원 안착"
고공 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자 금융지주들이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커져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불어날 우려를 덜어낼 수 있어서다. 주주환원 확대에 한창인 금융지주들로선 자본 건전성 관리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위험가중자산 감소 기대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2원40전 오른 1402원4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1398원) 5개월여 만에 1300원대로 내려온 뒤 1390~1400원대를 유지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사태와 미국의 ‘관세 폭탄’ 여파로 지난달 초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다 지난달 9일(1484원10전) 정점을 찍고 차츰 내리막을 타는 추세다. 미국과 중국이 통상 협상을 시작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통화절상 압박에 나선다는 관측이 나오며 환율 방향이 바뀌는 양상이다.
상승 곡선을 그리던 환율이 자본건전성 관리에 악재로 작용한 금융지주에 반가운 소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는 환율이 오르면 보유 중인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커지면서 그만큼 RWA 규모도 늘어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RWA는 총 120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54조원 증가했다.
금융권에선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핵심 자본적정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0.01~0.0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주주환원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에 CET1을 12%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RWA 감소 효과로 CET1 관리가 이전보다 용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1300원대 안착’ 낙관론도
갑작스러운 환율 상승에 따른 트레이딩 손실 우려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 산하의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환율이 급등한 지난해 4분기 총 7299억원의 외환거래 손실을 냈다. 우리은행(8070억원)과 국민은행(3878억원)의 손실 규모가 두드러졌다. 외환거래 손익은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부채 포함)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한 외화 환산 손실과 외환 트레이딩으로 발생한 손익 등을 합한 수치다.
금융지주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때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이제는 1300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와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달러 약세 유도와 고관세 정책이 환율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6월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등 원화 강세를 이끌 요인이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안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