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창업 10년 만에 분기 기준 첫 영업 흑자를 거뒀다.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생존하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일부 있었지만 이번 흑자 달성으로 이런 의구심은 어느 정도 떨쳐낼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을 다진 만큼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새벽배송 개척한 컬리, 창업 10년 만에 첫 흑자
컬리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슬아 컬리 대표(사진)가 2015년 5월 식료품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후 꼭 10년 만에 달성한 흑자다.

1분기에 낸 이익 규모는 이 기간 매출(5807억원)의 0.3%에 불과하지만 유통업계에선 컬리가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갖췄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중에 부도설이 돌 만큼 존속 기업으로서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티몬 위메프 발란 등 적자를 낸 e커머스가 최근 1년 새 줄줄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더 그랬다.

컬리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이익을 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국내 e커머스는 일제히 성장을 포기하고 수익성 개선에 몰두하고 있다. e커머스 전반의 기업가치가 뚝 떨어져 자본을 투자받는 게 힘들어진 영향이다. 컬리도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친 만큼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주력했다. 하지만 올 1분기엔 달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7.7%로 껑충 뛰었다. 거래액은 8440억원으로 14.7% 늘었다.

새벽배송 개척한 컬리, 창업 10년 만에 첫 흑자
컬리는 올해부터 다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김종훈 컬리 부사장은 “작년까진 이익을 내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외형을 키우는 데 더 신경 쓸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기존에 강점이 있는 식품과 화장품뿐 아니라 패션, 인테리어 소품, 가전 등 보다 다양한 상품군을 두루 갖추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식품에만 특화한 마켓컬리의 과거 사업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한 만큼 충분히 상품 구색을 갖춰 쿠팡 등 경쟁사와 본격적인 대결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진출도 가속화한다. 작년 말부터 미국 최대 한인 마트 체인인 H마트에 간편식을 공급했는데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 유통 채널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안재광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