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단일종목 ETF, 홍콩서 세계 첫 상장
삼성전자 한 종목만 담은 상장지수펀드(ETF)가 홍콩증시에 상장한다. 국내 단일종목을 ETF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 2위 ETF 운용사인 CSOP는 오는 19일 ‘CSOP 삼성전자 데일리 2X 레버리지’와 ‘CSOP 삼성전자 데일리 -2X 인버스’ ETF를 홍콩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 하루 등락폭의 2배, 인버스레버리지 ETF는 같은 폭만큼 거꾸로 따라가는 구조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1% 오르면 레버리지 ETF는 2% 뛰고, 인버스레버리지 ETF는 2% 떨어진다.

단일종목 ETF 상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투자할 새 수단이 생긴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레버리지 ETF를 통해 더 큰 차익을 노릴 수 있다.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라면 더 간편하다. 지금까지는 주식을 공매도하거나 선물을 매도하는 방법 외엔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공매도나 선물 매도에 나서려면 사전교육과 모의거래, 증거금 예치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외에 상장된 인버스 ETF 투자 땐 이런 장벽이 없다.

과세 제도가 다르다는 점엔 유의해야 한다. 홍콩 등 해외증시의 매매 차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양도소득세(22%)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의 매매 차익은 기본적으로 비과세다. 운용보수도 감안해야한다. 이번에 상장하는 삼성전자 단일종목 ETF의 총보수는 연 2%다. 홍콩증시에 상장해있기 때문에 거래 통화가 미국달러라는 점도 투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삼성전자 주가 변동폭과 달러가치 변화가 수익률에 동시에 반영된다.

각종 규제로 해외증시에 상장되는 ETF가 쏟아지면 국내 자산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임원은 “국내에선 규제 때문에 한 종목만 담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를 출시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며 “국내 운용사들 발이 묶인 사이 투자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찾아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