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폭 드론’ 날리는 해군 > 해군이 지난 13일 울산 일산항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 훈련에 참가한 민간 요원이 골판지 자폭드론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자폭 드론’ 날리는 해군 > 해군이 지난 13일 울산 일산항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 훈련에 참가한 민간 요원이 골판지 자폭드론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년간 드론을 제작해온 A사는 배터리셀을 납품할 한국 업체를 찾는 걸 포기했다. 보안이 중요한 군사용 드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산 부품을 쓰려고 했지만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 채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드론 생태계에서 부품을 100% 국산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세계 드론 시장이 중국 DJI의 독주체제로 굳어지자 국내 드론업계는 고사 위기에 몰렸다. 상업용 드론 시장이 중국에 장악당하다 보니 국내 업체들은 군사용 드론 같은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잇달아 공격용 드론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군사적으로 활용도가 커지는 소형 드론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파수에 가로막힌 기술 개발

北 전투드론 위협 거세지는데…K드론, 주파수 제한에 날개 꺾여
소형 드론은 그동안 주로 물류와 농업용, 촬영용으로 쓰이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사용으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 각국의 정부 규제를 받지 않아 손쉽게 비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주파수가 단적인 예다. 한국에서 소형 드론은 정부 인가가 필요 없는 주파수 대역인 2.4㎓나 5.8㎓에서 날릴 수 있다. 다만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스마트홈 기기도 이 주파수를 사용해 전파 간섭이나 교란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밀집된 주파수 대역에서 1㎞ 상공 범위까지만 날릴 수 있다 보니 드론 출력을 제한하고 있다. 한 드론업체 대표는 “미국 이라크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최대 드론 허용 출력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고성능 드론을 시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론 비행을 돕는 보조기기도 시험하는 데 제약이 있다. 가령 드론 출력을 간접적으로 높이는 신호 증폭기도 각종 규제를 받아 상용화한 한국산 제품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드론 전용 주파수 대역(59㎒)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최고 20㎞ 상공까지 드론을 운용할 수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 조건이 까다로워 자연스레 중·대형 드론 중심으로 이 주파수를 쓰고 있다.

◇컨트롤타워 없고 예산도 부족

< ‘폭탄 드론’ 공개한 北 >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에서 북한 병사가 드론 조종 훈련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폭탄 드론’ 공개한 北 >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에서 북한 병사가 드론 조종 훈련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전국 상공에 있는 드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형석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은 “범국가 차원에서 드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표준 지침이 없다 보니 국가 중요 시설 단위로 드론 관리 부서가 쪼개져 있다”고 지적했다.

드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21년 도입한 드론 실명제는 그 대상을 2㎏ 이상 드론으로 한정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중국에서 초소형 드론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는데 일일이 탐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누군가 이 드론을 군사용으로 개조해 테러하면 사전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드론 관리 예산은 갈수록 줄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북한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접적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예산을 100억원에서 46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드론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드론 운용에 필수적인 데이터 기반도 취약하고 돈이 안 되는 소형 드론 개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조상근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교수는 “드론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정부 예산은 없고 기업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있다”며 “그동안 소형 드론을 정책적으로 육성하지 못한 건 우리 군과 정부의 명백한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원종환/이현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