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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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서 인도로 아이폰 생산 물량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애플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중동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팀 쿡(애플 최고경영자·CEO)과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문제'란 미국 시장용 아이폰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가리킨다. 애플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대로 초유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자 생산거점을 인도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최근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을 언급하면서 "5000억달러를 갖고 미국에 오지만 이제 인도 전역에 공장을 짓고 있다. 난 당신(쿡 CEO)이 인도에 공장을 짓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1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 중 절반 이상은 인도 생산물량이 차지했다. 2분기엔 미국 시장용 아이폰 대부분이 인도에서 생산되는 물량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업계는 내년 말 안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물량 6000만대 이상이 인도 공장에서 조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쿡 CEO는 이달 초 실적 발표 당시 "오는 6월부터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아이폰은 인도에서 생산되고 아이패드와 맥, 애플워치, 에어팟 등은 베트남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쿡 CEO)을 정말 잘 대해줬고 수년간 중국에 지은 모든 공장을 참아왔다. 이제는 우리를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며 "우리는 당신이 인도에 (공장을) 짓는 것에 관심이 없고 미국에 짓기를 원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애플이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 근거는 언급하지 않았다. 애플은 현재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웨드부시증권은 앞서 아이폰이 미국에서 생산될 경우 기기값이 3500달러(약 490만원)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그간 자국을 스마트폰 제조 허브로 강조해 왔다. 애플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했던 고율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지난 3월 한 달간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이르는 아이폰 물량을 인도에서 미국으로 공수하기도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