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NS 캡처
사진 = SNS 캡처
"오늘 저희 조금만 놀게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15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 초등학교의 운동회 모습을 담은 영상에 네티즌의 씁쓸하단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영상은 운동장에 모인 어린이들이 운동회 시작 전 주변 아파트 주민들을 향해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며 사과하는 모습이었다.

이 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운동회는 좀 하게 해줍시다. 초등학교 운동회에 그렇게 민원이 들어온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며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네티즌은 "우리 어린 시절 운동회는 온 동네의 축제였는데", "왜 어른들은 누렸던 것을 우리 아이들은 못하게 하느냐", "매일 공부만 하는 우리 아이들, 하루 정도는 놀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등의 반응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오늘 초등학생 아이 운동회인데 보호자 참관도 없이 노래 한 곡 틀지 않고 마이크 볼륨도 높이지 않은 채 오전 9시부터 딱 2시간 40분 동안 진행했다. 1~2학년 100명 내외만 한 운동회라 그리 소란스럽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운동회 한번 마음껏 못 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각자의 사정도 다르고 생각도 다 다를 것이다. 아이 키우며 사는 게 죄인이 된 것 같은 요즘, 부모들도 노력 중이니 너그럽게 봐달라"고 말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각급 학교의 운동회 및 체육대회가 열릴 때마다 주변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항의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교 측은 운동회를 앞두고 주변 아파트단지 등에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배포한다. 학생들이 손수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을 만들어 학교 주변 및 아파트단지에 부착하기도 한다.

시세 방어에 도움이 된다며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선호하면서도 정작 어린이들이 모처럼 뛰어노는 것에는 민원을 제기하는 일부 주민들의 모순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만 일부 주민은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운동회를 진행하며 섭외한 외부 업체가 스피커 볼륨을 지나치게 높여 시끄럽게 하는 게 문제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