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공급받는 합의가 이뤄지자 미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으로 AI 기술이 흘러갈 수 있고, 미국 내 핵심 먹거리가 될 AI산업을 해외에 쉽게 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UAE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연간 최대 50만 개 수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UAE 측과 맺은 투자 합의를 발표하며 “UAE의 대미 투자와 미국 시장 접근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빅딜’을 두고 AI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의견과 전략적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맞선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가장 민감한 AI 반도체 기술을 모호한 외국 투자와 맞바꿨다”며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사우디와 UAE가 이 칩들을 어떻게 통제할지, 중국 정부나 제조업체가 접근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산 AI 반도체 유출을 염려해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을 제외하고 각국 수출 물량에 한도를 두기로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일 이 정책을 파기했다.

이날 트럼프 정부는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해 “UAE도 미국 내 데이터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며, 수입한 엔비디아 칩의 위치를 미국에 계속 알리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