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미·중 ‘관세 휴전’ 합의 이후 국채선물을 대규모로 매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완화와 국고채 발행 물량 증대 전망 등으로 최근 2년 넘게 지속된 한국 국채 가격의 오름세(국채 금리 하락세)가 꺾일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13~16일 외국인 투자자는 3년 만기 국채선물 5만2049계약을 순매도했다.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같은 기간 3만2126계약을 내다 팔았다. 지난 한 해 이뤄진 3년·10년 만기 국채선물 순매수 7만5814계약을 크게 웃도는 매도세다.
국채선물 1계약 매도는 액면금액 1억원어치 국고채를 판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실질적으로 한국 국고채 보유 포지션을 9조원 넘게 축소한 셈이다. 한국의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2022년 10월 평균 연 4.2%에서 최근 2.3% 수준으로 내려왔다.
채권시장에선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미·중 상호관세 유예 발표 직전까지 40만 계약에 가까운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다. 일각에선 미·중 관세 합의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완화를 포지션 전환의 계기로 꼽았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양국의 관세 휴전 이후 올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기존 45%에서 35%로 낮췄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미국 중앙은행(Fed)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최근 올 7월에서 9월로 옮겨갔다.
경기 침체 우려 완화는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자 관점에선 악재다. 경기 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등 채권 가격 급등을 촉발하는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도 외국인 국채 매도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국회는 지난 1일 13조8000억원 수준의 추경을 의결한 데 이어 6월 대선 이후 추가적인 추경 편성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최근 2년 연속 ‘세수(국세 수입) 결손’으로 인해 추경 편성은 적자 국채 발행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상하지 못한 국채 발행량의 증가는 국채 가격에 최대 악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