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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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처럼 배추 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중국산 김치를 쓰고 값이 좀 내려가면 국산 배추를 사서 담가요. 그런데 요즘엔 가격 변동이 심해서 웬만하면 중국산을 씁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15년째 곰탕집을 운영 중인 박모 씨(50대)는 수입산 김치를 쓰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요즘엔 잘 먹어보고 고르면 중국산 김치도 맛 괜찮은 게 많다. 김치를 두세 접시씩 가져다 드시는 손님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국산 대신 수입산 선택하는 식당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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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산 김치를 쓰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배추 작황이 부진해 재룟값이 오른 데다가 수입산 김치도 품질 면에서 일정 수준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이달 들어 봄배추 물량이 풀리면서 배추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안정한 수급과 원가 부담을 경험한 식당들 사이에선 수입 김치가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21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김치 수입액은 4756만달러(약 670억원)로 전년 동기(4075만달러) 대비 17% 늘었다.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국내 배추 수확이 급감해 수입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고환율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수입 김치는 거의 100% 중국에서 들여오며 주로 가정보다는 식당에서 사용한다.

실제로 국산 김치를 포기하고 수입 김치로 눈을 돌리는 식당이 늘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22년째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70대)는 “몇 년 전부터 중국산 김치를 쓰기 시작했다. 중국산 김치는 10kg에 1만6000원 안팎인데 국산 김치는 2~3배 더 줘야 한다”며 “국산 김치는 가격이 안 맞아 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중국산 김치 품질 향상도 영향

중국산 김치 품질이 괜찮아진 것도 자영업자들이 수입 김치로 눈을 돌리는 요인이다. 20년째 중국에서 김치 판매 사업을 해온 장모 씨는 “요즘은 식약처 HACCP(식품안전관인증기준) 인증 없이는 중국에서 김치를 수출할 수 없다”면서 “중국 정부도 김치 품질에 신경을 많이 써 맛없는 김치는 시장에 내놓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산 김치를 국내에 들여오려면 모든 수입업자가 매 수입 때마다 엄격한 검사와 적합 판정을 받아야 한다. 부적합 판정 시에는 반송이나 폐기 조치가 시행된다. 여기에 2021년부터는 수입량 기준으로 HACCP 인증이 단계적으로 도입됐으며 지난해 10월부터는 모든 해외 배추김치 제조업소 대상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국산 김치와 마찬가지로 중국산 수입 김치도 HACCP 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의무적 과정이 늘어나다 보니 수입 김치 품질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추 가격 '불확실성'은 여전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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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작황 부진으로 치솟았던 배추 가격은 이달 들어 안정세를 되찾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배추 소매 가격(상품·1포기)은 350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하락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국산 김치 사용을 망설이고 있다. 이상고온, 폭설 등 기후 변화가 농수산물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겨울 배추 정식기(배추 모종을 심는 시기) 당시 갑작스러운 저온 현상이 발생해 ‘금(金)배추’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배추값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안정세지만 고랭지 배추를 심기 시작하는 6월부터 이상고온 등이 계속되면 배추 가격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