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치료비 다 내는 건 부당"…오토바이 운전자 손 들어준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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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부존재 확인소 일부 승소무단횡단하다가 오토바이에 부딪힌 보행자의 치료비를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액 부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치료비를 가해자에게 구상할 때 피해자 과실 여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건보 구상금 청구에 반발 소송
법원 "보행자 과실이 더 큰 사고
치료비 전액 운전자 부담 안돼"
2020년 12월 오후 7시 어머니의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A씨는 신호를 어긴 채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를 치었다. B씨는 6주간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건보공단은 치료비 등 요양급여 780만원을 B씨에게 지급했고, A씨와 A씨 어머니에게 요양급여 전액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차량 녹색 신호에 따라 직진 중이었고 B씨가 무단횡단을 한 것인데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B씨의 과실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구상금 규모를 대폭 줄였다. 법원은 A씨가 부담할 금액은 235만원(30%)이므로, A씨가 이미 납부한 128만원을 제외한 107만원이 적절한 액수라고 봤다. 강 판사는 “사고가 겨울철 야간에 일어나 A씨가 B씨를 미리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B씨가 적색 신호임에도 무단횡단해 B씨의 과실에 따른 사고 기여도가 더 크다”고 했다. A씨가 과속, 신호위반, 음주운전 등 과실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A씨가 무과실이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 판사는 “사고 지역은 유동 인구와 차량 통행이 잦은 도심 지역이고, 차로 폭도 넓지 않다”며 “깜깜한 밤 한적한 시골 지역이나 왕복 7~8차로의 대로를 주행하는 운전자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해당 차선은 편도 2차로(왕복 4차로) 도로였다.
A씨를 대리한 김경일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앞으로 건보 구상금 청구 때 피해자 과실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