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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오페라 리뷰
베이스 박종민,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손지훈 세계적인 가창력 선보여
故이운형 세아그룹 선대회장의 오페라 사랑
세아이운형 문화재단(이사장 박의숙)이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를 공연했다. 1901년 드보르작이 발표한 <루살카>는 그의 9개의 오페라 중 유일한 성공작으로 체코(슬라브) 민속설화를 바탕으로 물의 정령 루살카가 인간 왕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다.

루살카는 마녀 예지바바의 마법으로 목소리를 잃는 대신 인간이 되지만, 자신이 사랑한 왕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결국 둘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이 스토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와도 비슷하지만 자신이 사랑한 왕자를 죽이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는 인어공주와 달리 오페라는 물귀신이 된 루살카가 자신을 배신한 왕자를 숨을 빼앗는 키스로 익사시키며 끝을 맺는다.
오페라 &lt;루살카&gt; 공연하는 지휘자 데이비드이와 서울시향 /(c)세아이운형문화재단
지휘자 데이비드이가 이끈 서울시향은 어두운 조명 아래 이 오페라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는 서곡을 시작했다. 팀파니의 울림이 수면 위의 진동을,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불안한 물살을 표현했다.여기에 목관악기들이 ‘달의 노래’ 풍의 구슬픈 선율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왕자와 루살카의 사랑의 장면을 나타내듯 로맨틱한 선율이 잠시 등장하지만, 비극을 암시하는 피콜로가 비명 같은 음정을 내며 방해한다. 호른과 잉글리쉬 호른의 연주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관악기들의 빠른 연주에 물의 정령들이 등장해 슬라브 무곡을 연상케 하는 반주와 메아리치듯 노래하며 숲속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1막이 시작됐다.
오페라&lt;루살카&gt; 1막에서 노래하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베이스 박종민 / (c)세아이운형문화재단
1막에서 세 명의 물의 정령들과 함께 등장한 물 도깨비 보드닉(베이스 박종민)은 과감한 몸짓과 강렬한 연기로 청중을 압도했다. 이어 잔잔한 물살을 연상시키는 하프 솔로 반주에 맞춰 물의 정령 루살카(소프라노 서선영)가 등장했다. 그녀는 아버지 보드닉과 함께,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딸과 이를 만류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담은 이중창을 선보였다. 두 성악가는 풍부한 성량과 강한 표현력으로 깊은 감정을 전달했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압도적인 가창력에 빠져들며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세찬 물살을 표현한 하프의 솔로로 시작된 루살카의 아리아 ‘달의 노래’ 장면에서 서선영은 밤하늘에 떠있는 달에게 “왕자가 단 한순간이라도 자신을 생각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강렬한 고음으로 들려주며 루살카의 사랑에 대한 강한 의지를 오케스트라의 반주를 뚫는 강한 고음으로 표현했다.
오페라&lt;루살카&gt;2막의 테너 손지훈과 소프라노 서선영 / (c)세아이운형문화재단
2막에선 왕자 역의 테너 손지훈이 자음이 많아 성악가들에게 발음이 까다로운 체코어를 정확한 딕션으로 표현하며 건강한 고음으로 노래해 왕자의 활기찬 모습을 표현했다.
손지훈은 한 프레이즈 내에서 중저음에서 고음까지 도약하는데 있어 민첩하고 반응이 빨랐다. 머리를 울려내는 두성을 이용한 팔세토(두성으로 내는 가성)와 진성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며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남미 출신 성악가들과 레제로(경쾌한) 테너가 맡는 주인공 역할을 두고 경쟁기에 충분한 기량을 선보였다.
오페라 &lt;루살카&gt;3막의 소프라노 서선영과 베이스 박종민 / (c)세아이운형문화재단
3막에서는 베이스 박종민의 가창이 특히 돋보였다. 그는 잠이 든 딸, 루살카를 바라보며 “창백하고 불쌍한 루살카”를 가사로 노래할때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담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따뜻하고 풍성한 음색의 울림으로 공연장을 채웠고, 루살카가 잠에서 깨자 같은 가사와 음정을 냉정한 목소리로 달리 노래하며 재빨리 몸을 숨겼다.

이날 공연에서 서울시향과 데이비드 이는 체코의 민족주의 작곡가 드보르작의 음악을 연주하며 제 옷을 입은듯한 편안한 연주를 들려줬다. 체코 문화원장으로 재직중이기도 한 체코 출신의 호르니스트 미샤 에마노프스키가 연주에 참여한 것도 의미가 깊었다. 2막에서 마녀 예지바바에게 목소리를 빼앗겨 말을 할 수 없는 루살카의 슬픔과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는 오보에 솔로를 맡은 이미성 수석은 애잔한 음색으로 루살카의 절망을 부각시켰다. 성악을 전공한 부모의 영향을 받아 오페라 지휘에 애착을 보여 온 지휘자 데이비드이는 성악가들의 동선과 템포를 모두 외운 듯 공연 내내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지휘했다.

오페라 <루살카>의 연출을 맡은 표현진은 프로시니엄 극장이 아닌 콘서트홀의 공간이 주는 제약을 다양한 연출 기법으로 극복해 작품성을 높였다.
호수를 배경으로 하는 1막과 3막의 배경은 푸른 빛의 물살이 흐르는듯한 조명으로 표현했다.
1막에서 루살카가 예지바바에게 인간이 되기를 간청하는 순간,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총주와 동시에 무대 조명은 핏빛 붉은색으로 변화하며 그녀가 맞이할 비극적 운명을 암시했다.
음악과 조명의 절묘한 조화는 단순한 무대 연출을 넘어, 루살카의 절박한 감정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왕자의 궁전이 배경인 2막에선 2층 합창석 좌,우를 포함한 무대 상,하수 동선을 모두 활용해 부족함 없는 극의 진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외국 공주의 등장씬은 콘서트홀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창의적으로 돌파했다. 부채를 들고 등장한 외국 공주는 2층 합창석 우측에서 루살카와 함께 있는 왕자를 멀리서 지켜보다가, 1층 무대 상수(우측)로 내려와 왕자와 직접 마주치는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했다. 이는 제한된 무대 환경에서도 극적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킨 연출적 시도였다.

의상 또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1막에서 루살카는 인어를 상징하는 비늘이 있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으며, 2막에서는 인간 세상의 드레스를, 3막에서는 죽음과 물을 동시에 표현한 블랙과 블루 컬러의 드레스를 착용했다. 마녀 예지바바는 수초, 문어, 물곤충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겼다.
오페라 &lt;루살카&gt; 3막에서 테너 손지훈과 소프라노 서선영 /(c)세아이운형문화재단
특히, 3막에서 왕자를 다시 만난 루살카의 머리색이 하얗게 변한 것은 물의 정령인 그녀가 인간이 된 후, 사랑의 배신을 겪고 물귀신이 된 존재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3막에서는 연출에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2층 합창석에서 등장한 예지바바와 보드닉이 수초를 표현한 무대 소품에 가려져 시야 제한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사냥터지기와 보조주방장이 마녀 예지바바를 찾아와 왕자의 소식을 전한 후, 보드닉이 분노하는 장면은 극적 전개에 있어 중요한 순간임에도, 시야 제한으로 극적 긴장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이 장면에서 전환이 가능한 가변적인 소품을 활용하여 수초를 일시적으로 치우거나, 성악가들의 동선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야를 확보했다면 더욱 효과적인 장면이 되었을 것이다.

드보르작은 <루살카>에서 각 장면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상징을 남겼다.
1막에서 루살카가 인간이 되면 말을 못한다는 설정은, 해석에 따라 새로운 삶을 얻으면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3막에서 보드닉의 마지막 가사는 복수와 용서에 대한 해석을 열어두며,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오페라 &lt;루살카&gt;커튼콜 / (c)세아이운형문화재단
체코어 오페라인 <루살카>는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한 작품이다. 이를 민간 사회공헌 재단이 직접 제작했다는 점은 더욱 뜻깊다. 이번 공연은 故이운형 세아그룹 선대회장의 오페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꾸준한 제작 노력이 빚어낸 값진 결실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가슴 속에는 루살카의 애절한 사랑과 음악이 긴 여운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번 공연을 개최한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박의숙 이사장은 서면을 통해 오페라 <루살카>를 찾아 준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오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시고 한국 오페라 발전에 헌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고(故) 이운형 회장님의 뜻을 기려 설립되었습니다. 이번 '2025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 오페라 〈루살카〉'에 보내주신 열광적인 호응은 재단이 선택한 길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커다란 보람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수준의 우리 나라 성악가들이 펼친 아름다운 무대는 대한민국 오페라의 깊이와 저력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무대들이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결을 따라 은은한 여운으로 오래도록 스며들길 바라며, 오늘 이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동균 기자 chodogn@toplights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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