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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음악이 만든 몽환적 체험…호페쉬 쉑터의 '꿈의 극장'

[리뷰] 14~15일 성남아트센터 기획공연 '꿈의 극장'
13명의 춤꾼과 3인의 연주자...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우다
진동으로 떨리던 온 몸, 자발적 전율로 휘감겨
지난 14일 저녁,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공연 시작 전부터 뿌연 연기가 객석을 휘감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심장 박동과 같은 진동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암전되지 않은 극장 뒷편에서 한 남자 무용수가 걸어나왔다. 무언가에 홀리듯 두리번대던 그가 무대에 오르자 호페쉬 쉑터의 '꿈의 극장'이 비로소 시작됐다.
▶▶▶[관련 인터뷰] "무대와 객석 경계가 사라지는 경험해보세요"

점점 빨라지는 비트와 큰 소리 때문에 뱃속이 소란스레 울렸다. 과장된 음향 효과로 기도와 식도까지 진동으로 떨리고 있다는 걸 인지한 건 처음이었다. 극장 측은 입장 직전, 음향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 귀마개를 나눠줬다. 그럼에도 연출가의 의도를 존중하기 위해 귀마개를 낀 사람은 거의 없었다.

13명의 무용수들은 강렬한 조명 아래 춤을 추며 무의식의 세계를 불러 세웠다. 사람이 꿈을 꾼다는 '렘수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기억의 편린을 이어붙인 듯한 구성이었다. 무용수들은 한데 모여 절도있게 흐느적거리다, 어떤 순간에는 폭발하는 에너지에 휩싸여 격렬한 몸짓을 분출했다.
우리의 눈꺼풀이 열리고 닫히듯, 무대의 중간과 뒷편에는 막들이 분주하게 열리고 닫혔다. 작은 막들은 무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관객의 시야를 제한하는 '프레임'으로도 쓰였다. 무대를 닫은 커다란 막의 가운데 하단. 엎드려 누운 한 남자가 이내 무대 안쪽으로 쑥 빨려들어가는 모습은 어느 영화속 한 장면이 연상됐다. 이 검정색 막은 강렬한 조명과 대치를 이뤄 '암전'을 의미하는 요소로 해석됐다.

공연이 절반쯤 지날때 무대에는 빨강 수트를 입은 3인조 밴드가 등장해 라이브로 몽환적인 음악을 연주했다. 이때까지 온 몸의 공간을 울리던 강한 비트, 귓전을 때리는 큰 소리와 대비를 이루는 분위기였다. 자유롭고 폭발적이던 무용수들의 춤도 마치 슬로우 모션을 보는 듯한 움직임으로 전환됐다.
이윽고 희미하게 불이켜지면서 무대와 객석이 환해졌다. 무용수들은 무대에서 바로 객석으로 걸어내려와 관객과 손을 잡고 춤을 췄다. 어쩐지 이베리아 반도에서 자주 접할 것 같은 멜로디가 라이브 밴드의 손과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을 깨뜨린 건, 한 무용수가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객석에 외친 한 마디 때문이었다. "다 함께 박수! 다 함께 춤춰요!"

약 5분간 관객들은 전원 기립해 무아지경에 빠져 몸을 흔들었다.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그녀가 "모두 다시 앉아주세요"라고 말하자 머쓱해진 이들이 주섬주섬 착석했다. 환상의 꿈과 고통스런 현실의 괴리가 무자비하게 이어졌다. 무용수들은 곧 억압에 짓눌린듯한 표정과 몸짓으로 무대를 누볐다.
90분간 이어져온 꿈의 극장의 장막이 굳게 닫히는 순간, 무대와 객석이 동시에 밝아지며 무대 위 어떤 극장의 외관이 드러났다. 무용수들과 객석이 하나 돼 그 극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판타지와 일상이 대립하는 우리네 의식 너머를 관조하는 느낌이었다. 진동으로 떨리던 온 몸은 다시금 자발적인 전율에 휩싸였다.

무용을 접할 때마다 같은 인간으로서 내 몸은 왜 이렇게 저급한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동작을 보며 예술이란 대관절 무엇인지 고민하던 일이 잦았다. 하지만 호페쉬 쉑터 무용단의 춤꾼들은 이런 생각에서 완벽히 필자를 탈주시켰다. 절도있고 아름다운데 나조차도 해볼만한, 참여하고 싶은 춤이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박수 갈채를 뒤로 한 채 이날 저녁에는 호페쉬 쉑터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그는 "이미 공연을 보셨기 때문에 어떠한 메시지나 의도를 전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각자가 느낀대로 각자의 '꿈의 극장'을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다. 자신의 모든 창작물에서도 그랬듯 쉑터는 이번 무대의 안무, 연출, 음악까지 직접 작곡했다. 이는 영화와 음악에도 두루 조예가 깊은 그의 재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해원 기자

※호페쉬 쉑터는 누구?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이자 댄서, 작곡가다. 20여 년간 유럽에서 줄곧 최정상 안무가의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2018년 무용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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