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SDI 유증에 3340억 투자…유증 흥행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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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3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삼성 SDI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의 주식 19.58%를 가진 삼성전자는 배정물량의 120%인 총 228만4590주를 청약하기로 했다. 규정상 기존 주주는 유상증자 배정물량의 최대 120%를 신청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만약 다른 주주들이 배정물량을 청약하지 않는경우 실권을 삼성전자가 책임지고 떠안겠다는 것이다. 1차 발행가액 기준으로는 최대 3340억 원이다. 다만 다음달 19일 결정되는 최종 발행가액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최대주주 삼성전자가 어느정도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냐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컸다. 만약 최대주주가 빠지는 경우 삼성SDI의 유상증자 흥행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관측때문이었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경영진을 대상으로 가능한 많은 규모로 투자해달라는 내부 설득을 이어왔다. 설득끝에 삼성전자 이사회가 삼성SDI의 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투자계획에 대해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삼성전자 이사회가 추가 투자를 할 회사의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13조원이다. 별도 기준으로 봐도 약 12조원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참여로 향후 예정된 구주주 청약 등도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SDI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 청약은 다음달 21일, 구주주 청약은 다음달 21~22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은 다음달 27~28일이다. 최종적으로 6월 13일에 신주가 상장된다.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그동안의 투자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삼성SDI는 오랜기간 현금흐름 중심의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술우위 선점과 생산기지 확대를 위해 투자의 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캐즘(대중화전 일시적 수요침체)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라며 “배터리 시장이 다시 반등하는 시점에 추가 투자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toplights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