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허각 신드롬에 '허걱' 놀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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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배경 없이 이룩한 꿈에 감동…열정·의지·긍정적 자세 본받을만
다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작고 통통한 데다 고교를 중퇴한 환풍기 수리공이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134만분의 1의 경쟁을 뚫고 TV 오디션에서 우승하다니.큰 키에 잘 생긴 얼굴 ,부모 후광, 뛰어난 스펙 없이는 옴짝달싹하기 힘든 요즘 같은 세상에 꿈과 열정 노력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리는 인물이 등장하다니.도대체 허각이 누구냐.
허각 신드롬이 올 가을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희망과 공정사회의 대명사로 부상하면서 일반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된 건 물론 조계총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취임인사 차 예방한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아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허각(26)은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2(이하 슈스케)' 우승자다. 아마추어에서 이제 막 프로의 길에 들어설 기회를 얻은 신인 가수다. 그런 그가 온국민을 '허걱' 놀라도록 만든 셈이다.
허각 신드롬이 생겨난 데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공정한 사회에 대한 대중의 열망,비주얼 시대에 대한 반감,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과 배경 없는 성공을 꿈꾸는 이들의 대리만족이 두루 작용했다는 게 그것이다. 실제 노래 솜씨 외엔 내세울 게 없는 그를 최종 승리자로 만든 데엔 평가의 70%를 차지한 일반인,특히 88만원 세대와 아저씨들의 몫이 지대했다고 한다. 여기에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합의과정까지 공개한 슈스케 운영의 투명성도 한 몫 했다는 해석이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당사자의 힘일 게 틀림없다. 경연 도중 존박과의 라이벌 대결에서 지고도 '주인공을 돋보이게 했으니 됐다'고 말하는 긍정적인 태도,가수가 꿈이지만 살아야 목소리도 나오니 막노동이든 환풍기 수리든 가리지 않고 했다는 성실한 자세,'속옷은 속에 입는 건데 왜 신경써야 하느냐'는 식의 유머감각,여자친구 있다고 털어놓는 솔직함 등은 호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반듯한 모습은 우승 후의 인터뷰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행사 가수로 뛰는 동안 길 가던 사람 두세 명만 듣고 있어도 너무 행복했다는 말은 그의 꿈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짐작하게 했다. 가수가 되고 싶어 찾아간 기획사에서 노래도 시켜보지 않고 "다음" 하는 바람에 너무 충격받아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는 걸 못한다면서도 소망은 소박했다.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비주얼적으로 뛰어나진 않지만 제 무대로 인해 저랑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감동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커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몸값은 오르겠지만 무대는 여전히 기획사에 의해 좌우될 테고 대중의 문화소비는 원하는 것과 지향하는 것이 다른 이중적 성향을 보이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래만 잘하면 되는 건 슈스케로 끝날 확률도 높다. 음반 수요가 줄어든 지금 가창력 가수의 설 자리는 좁고 사람들의 기억은 단편적이다. 동류의식과 자신의 의사표시가 스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밀었던 사람들도 그 뒤의 일엔 곧 무관심해질 것이다.
자신을 힘겨운 틀에 가뒀던 마법에서 풀리는 순간 모든 게 해결되고 좋아질 거란 보장은 동화일 뿐이다. 좋은 가수,노래만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가수가 되자면 슈스케 우승은 잊고 다가올 가뭄과 폭풍에 맞설 각오를 해야 한다.
비료를 주지 않은 벼가 비바람에 잘 견디는 것처럼 결핍은 극복해내면 기적을 일으킨다고 한다. 슈스케 3를 비롯 장차 쏟아질 공개오디션 준비생은 물론 허각씨에게서 희망을 본 88만원 세대 모두 마찬가지다. 승리는 의지와 열정 외에 피나는 노력과 상황에 핑계대지 않는 긍정적 사고를 지닐 때 가능하다. 모든 걸 건다는 생각으로 도전하되 실패해도 노력이 헛되이 끝나는 법은 없음을 명심하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대들 때 행운의 여신은 성큼 다가설 게 틀림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email protected]
허각 신드롬이 올 가을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희망과 공정사회의 대명사로 부상하면서 일반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된 건 물론 조계총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취임인사 차 예방한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아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허각(26)은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2(이하 슈스케)' 우승자다. 아마추어에서 이제 막 프로의 길에 들어설 기회를 얻은 신인 가수다. 그런 그가 온국민을 '허걱' 놀라도록 만든 셈이다.
허각 신드롬이 생겨난 데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공정한 사회에 대한 대중의 열망,비주얼 시대에 대한 반감,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과 배경 없는 성공을 꿈꾸는 이들의 대리만족이 두루 작용했다는 게 그것이다. 실제 노래 솜씨 외엔 내세울 게 없는 그를 최종 승리자로 만든 데엔 평가의 70%를 차지한 일반인,특히 88만원 세대와 아저씨들의 몫이 지대했다고 한다. 여기에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합의과정까지 공개한 슈스케 운영의 투명성도 한 몫 했다는 해석이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당사자의 힘일 게 틀림없다. 경연 도중 존박과의 라이벌 대결에서 지고도 '주인공을 돋보이게 했으니 됐다'고 말하는 긍정적인 태도,가수가 꿈이지만 살아야 목소리도 나오니 막노동이든 환풍기 수리든 가리지 않고 했다는 성실한 자세,'속옷은 속에 입는 건데 왜 신경써야 하느냐'는 식의 유머감각,여자친구 있다고 털어놓는 솔직함 등은 호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반듯한 모습은 우승 후의 인터뷰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행사 가수로 뛰는 동안 길 가던 사람 두세 명만 듣고 있어도 너무 행복했다는 말은 그의 꿈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짐작하게 했다. 가수가 되고 싶어 찾아간 기획사에서 노래도 시켜보지 않고 "다음" 하는 바람에 너무 충격받아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는 걸 못한다면서도 소망은 소박했다.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비주얼적으로 뛰어나진 않지만 제 무대로 인해 저랑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감동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커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몸값은 오르겠지만 무대는 여전히 기획사에 의해 좌우될 테고 대중의 문화소비는 원하는 것과 지향하는 것이 다른 이중적 성향을 보이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래만 잘하면 되는 건 슈스케로 끝날 확률도 높다. 음반 수요가 줄어든 지금 가창력 가수의 설 자리는 좁고 사람들의 기억은 단편적이다. 동류의식과 자신의 의사표시가 스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밀었던 사람들도 그 뒤의 일엔 곧 무관심해질 것이다.
자신을 힘겨운 틀에 가뒀던 마법에서 풀리는 순간 모든 게 해결되고 좋아질 거란 보장은 동화일 뿐이다. 좋은 가수,노래만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가수가 되자면 슈스케 우승은 잊고 다가올 가뭄과 폭풍에 맞설 각오를 해야 한다.
비료를 주지 않은 벼가 비바람에 잘 견디는 것처럼 결핍은 극복해내면 기적을 일으킨다고 한다. 슈스케 3를 비롯 장차 쏟아질 공개오디션 준비생은 물론 허각씨에게서 희망을 본 88만원 세대 모두 마찬가지다. 승리는 의지와 열정 외에 피나는 노력과 상황에 핑계대지 않는 긍정적 사고를 지닐 때 가능하다. 모든 걸 건다는 생각으로 도전하되 실패해도 노력이 헛되이 끝나는 법은 없음을 명심하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대들 때 행운의 여신은 성큼 다가설 게 틀림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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